남자의 오해와 진실
# 남자라는 이유로~. 1
세상의 반이 남자이고 나머지 반은 여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여성이 하는 일과 남성이 하는 일이 나누어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절대적이진 않지만 사회 통념상 그렇다는 말이다.
요양보호사님들의 성별은 대부분 여성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남성 요양보호사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양보호사로 취업에 성공하는 대계의 요양보호사님들은 여성이 많다.
여성 보호사님이 일을 잘해서 많은 것이 아니라 가사가 동반된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안일을 주로 하는 여성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남성이 가사를 못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센터로 care가 필요하다고 연락 오는 수급자 어르신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50:50이다.
어느 한쪽이 많다거나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남자 어르신을 마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불편하다는 것과 목욕을 시키려면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가 일반적이다.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가시가 돋친 시선을 가지게 되었을까? 왜 편견이 생겨난 것일까?
몇 건의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사례를 통해 수급자와 선생님들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진구에 거주하시는 수급자 어르신에게 관리차 들렸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골목길을 벗어나 이제 막 큰길로 들어서려는데 입구 쪽을 향해 어렵게 걷고 있는 어르신 한 분이 보였다.
어딘가 낯이 익어 유심히 봤더니 오래전 한동네 거주하시던 할아버지 셨다.
반갑기도 했지만 어딘지 모를 불안함도 함께 느꼈다.
동네에서 유명한 욕쟁이 할아버지이셨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젊어서 운동을 많이 하셨는지 쩍 벌어진 어깨와 옷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단단할 것만 같은 팔 근육은 요즘 배가 나오기 시작한 나보다 건강해 보였다.
170은 됨직한 키에 유난히 발달한 상체와는 달리 하체는 너무나도 빈약해 보였으며 상체를 지탱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발이 4개 달린 환자용 지팡이에 의지한 체 내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한쪽 벽으로 비켜서 계셨다.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창문을 열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어~ 조양하고 요양삼촌이네!] [이 동네로 이사 오신 거예요?] [어~허허허 몇 달 됐어.]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모셔다 드릴까요?] [아냐! 운동하러 나왔어.] [아하 그러시구나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고요?] [없어 그나저나 연락처 좀 줘]
[여기 있어요. 설마 소개라도 시켜 주시려고요 하하하] [아니 내가 하려고]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뒤에서 택배 차량이 막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룸미러를 통해 확인되었다.
서둘러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연락처만 주고받고 황급히 차를 몰아 큰길로 들어섰고 일정을 마친 후에야 전해 받은 연락처로 통화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전화가 늦었네요 지금은 통화 가능하세요?] [아까 아버지가 방문요양 하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알기에는 아버님 이미 이용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아니신가요?]
센터장과 근육 할아버님이 한참 동안 통화를 하고 난 후 센터장이 통화내용을 공개하였다.
결론은 지금은 방문요양을 하고 있지 않으니 사람을 구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기존에 할아버님을 담당하던 센터와 결별하셨으며 할아버님 본인이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그만두라고 통보하였지만, 막상 없으니 어려움이 있어 이용 중이던 센터로 다시 요양보호사를 구해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거절당하신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복지사 선생님께서 센터에서 거절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인데 거절당하셨다면 아버님에게 문제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지만,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그런 것 같은데 모르지요 부딪혀 봐야지요] [찜찜한데요] [그렇다고 요청이 들어왔는데 이유도 모르고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한데... 예!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마침 진구 쪽에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에게 오후에 한 분 더 가능한지 물어보니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빠르게 소개한 후 일정을 잡은 뒤 현장투입을 시작하였다.
다행히 근육 할아버님은 목욕은 본인 스스로 가능하셨기에 가사와 병원동행 정서지원이 주된 근무내용이라 요양보호사 선생님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셨고 센터 처지에서도 선 듯 할아버님을 care 하겠다고 이야기하신 선생님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어디에나 변수가 존재하였고 우리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건 2주가 지난 후였다.
담당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통화내용 만으론 판단하기 힘들었다.
[센터장님 저 오후 시간 빼주시면 안 돼요?] [왜요? 어디 아프신가요?] [아뇨! 할아버님이 조금 이상해서요] [예? 뭐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말씀이신지요?] [....................] [말씀해 보세요]
[쳐다보는 눈빛이 이상해요] [눈빛이요? 눈빛이 어떻길래....] [이상하게 쳐다봐요]
[선생님 정확하게 말씀하셔야지...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판단하기 힘들잖아요]
[몰라야 그냥 기분 나빠요 저 그 할아버지 안 할래요] [선생님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시면 어떻게 해요] [미리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번 달까지만 하고 할아버님은 안 하겠습니다.]
눈빛이 이상해서 그만두신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지만, 당사자가 싫다 하는 이상 센터는 달리 방법이 없다.
새로운 사람을 찾기 전 선생님과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이전센터에서 거부당하신 경험도 있는 데다 이번 일이 겹치니 더욱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센터장이 선생님을 개별 면담하였다.
선생님과 개별 면담을 마친 센터장이 면담내용을 회의시간에 두 분의 복지사 선생님과 공유하였고 대책회의가 이루어졌다.
이미 결론은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기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당시 기분을 함께 공유하던 복지사 선생님들과 센터장이 “미쳤다!” 와 “너무 싫어”를 소리 내며 이야기하였다.
[설 것이 할 때 뒤에서 쳐다볼 수 있잖아요 그게 왜 싫어요?] [남이 설 것이 하는데 왜 쳐다봐요?] [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그냥 보이니까 보는 거지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지요 용무가 있어 보려면 당당히 봐야지 왜 숨어서 보냐고요]
[숨어서 본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 집 방문 열면 부엌인데 방문 열고 설거지하면 고개만 돌려도 보이는 구조잖아요 뭘 어떻게 숨어서 본다는 말인지...]
남자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듯해서 내가 의견을 냈지만, 센터장과 복지사 선생님의 파상공세를 당하기는 힘들었다.
[식사하실 때 그냥 식사하시면 되지 왜! 옆에 앉으라고 해……. 미쳤어. 아주] [..........]
더는 대꾸하지 않자 승리를 확신한 센터장이 [어디 남자님 말씀을 해 보세요.] 라며 도발하였지만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몇 있었기에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식사할 때 곁에 앉으라며 팔을 잡아당긴다든지 다리 마사지를 하고 있는데 등을 쓰다듬는 다던지 그런 부분은 나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왜 그러셨을까? 설마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성적대상자로 생각하신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추측만 하고 있을 뿐 확신은 없었고 그렇게 정확한 검증 없이 다른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교체하였다.
두 번째 선생님은 첫 번째 선생님과는 달리 남성미가 있는 아주 활동적이고 밝은 선생님으로 보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선생님은 할아버님께서 거부하셨고 출근 당일 일방적으로 해고당하셨다.
우리는 두 번의 사례를 통해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모두에게 남자 어르신을 보살피실 때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하나하나 정보수집을 하였고 그렇게 쌓인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단지 선생님들 입을 통해 전해 들었지만 모두 사실이라면 충분히 흥분할만했었다.
폭력적 언어사용과 과격한 행동습관 가벼운 신체접촉은 물론이고 가슴에 손을 대는 예도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심지어 연애하자는 제안도 받은 적 있다는 선생님도 있었다.
처음에 환심을 사기 위해 물질적인 선물을 주셨다고 말문을 여신 선생님은 나중에 연애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하자 받은 선물 반환을 요구하셨다며 당시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셨고 우리는 모두 경악하였다.
선생님들의 사례발표가 있을 때마다 세상의 모든 남성은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었으며 함께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센터장이 짓궂게도 경청하던 나에게 의견이 어떠하냐고 물었고 머뭇거리던 내가 의견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 들어보니 어때요? 도대체 남자들은 왜 그러는 거예요?] [남자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잘못된 겁니다.]
[지금 남자라고 남자 편드는 겁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모든 남성이 그런 것처럼 이야기하시니 하는 말입니다.]
충분히 지탄받아 마땅한 행동이긴 하지만 그러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어르신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모든 분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은 분명 시작도 하기 전 이미 잘못된 편견으로 상처를 받았다는 말이 된다.
선생님들 이야기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부라고 생각하시고 너무 나쁜 쪽으로 생각하시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