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요양 제발 이렇게 하지 마세요!
# 본질이 뒤바뀐 가족요양
[좋은 예]
가족 요양이라는 아주 좋은 제도가 있다.
가족요양이란 요양보호사가 자신의 직계혈족 범위에 있는 ‘가족’을 보살피는 것으로 부모님 혹은 남편이나 아내 친족을 보살피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치매에 걸린 친족이 많았다,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센터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 쪽은 그랬다.
치매는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가족이 아니면 돌봄이 어려운 경우가 이 부분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요양보호사를 믿지 못하는 치매이거나 폭력적인 치매의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은선 씨를 만난 건 지난겨울이었다.
자신을 마을버스 운전기사라고 소개한 은선 씨는 홀로 두 아들을 기르고 있는 워킹맘 이라며 자신을 소개하였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매력적인 은선 씨가 알록달록한 안경테를 밀어 올리며 가족요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센터장에게 물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가지고 계신가요?] [예 경험은 없지만, 자격증은 있습니다. 하하하]
[가족요양이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가족 중 누구를...] 센터장이 말끝을 흐리자 은선 씨가 말을 이었다. [하게 되면 어머님과 아버님 모두를 하려고 합니다.] [아 ~ 그럼 두 분 모두 요양등급은 있으신가요?] [아뇨 아버님은 아직 없지만, 조만간 등급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이미 어머님의 등급신청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센터에서 따로 조언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어머님의 요양등급이 5등급이라 별도의 치매 교육 이수가 필요했고 센터에서 치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다.
이미 성인이 된 아들이 모두 출가를 하여 자신의 삶을 즐기려 했다는 은선 씨는 어머님의 치매 소식에 어머님을 돌보기 위해 당신의 꿈을 잠시 뒤로하고 병간호를 선택하셨다며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호탕한 웃음으로 자신을 처지를 감추려 하고 있었지만 웃음 뒤로 쓸쓸한 표정은 감추지 못하였다.
[가족요양을 하시게 되면 버스운전은 하기 힘드실 텐데 괜찮으세요?] [예 달리 방법이 없어요]
[막상 가족요양을 하신다 하더라도 급여가 그리 많지는 않아요! 알고 계신가요?]
[그럼요 이곳으로 오기 전 전화상으로 몇 군데 상담을 받아봐서 알고 있어요]
[이곳 센터에도 전화상담 했었는걸요] 그러고 보니 지난 월요일 점심시각이 지나갈 무렵 통화했던 것이 불현듯 듯 떠올랐다.
[아 ~ 월요일 전화 하셨던 분이군요.] [예 맞아요. 기억하시네요 하하하] 상담하는 내내 호탕한 웃음소리 때문에 근무 중이던 사회복지사 선생님께서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어머님 사는 곳이 요 근방이라 이곳으로 오계 되었어요] [그렇군요 잘 오셨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 시작할 수는 없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5등급의 경우 치매 교육을 먼저 이수하셔야 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들이지도 못해요] [왜요? 그럴만한 이유라도...]
[부끄럽지만 어머님께서 의심이 많아요 그리고 욕도 잘하세요 사람을 들여 봤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시고 대부분 그만두셨어요] [아 ~ 맞아요, 의심하고 욕하면 선생님들 구하기 힘드세요.]
[예 알고 있어요.] [저희 센터도 경험해 봐서 잘 압니다. 하하하]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은선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동 주차를 요구하는 전화였는데 아마 남의 집 가계 입구에 주차했던 모양이었다.
이동 주차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은선 씨를 다시 만난 건 일주일 뒤였다.
일주일 뒤 다시 센터를 찾은 은선 씨가 치매 교육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였고 잠시 상담을 이어가던 은선 씨가 계약서에 서명한 뒤 다시 돌아갔다.
치매 교육은 3월에 있다. 교육과 함께 시험도 보는데 60점 이상이 되어야 치매 이수자가 되므로 허투루 공부해서는 이수하기 힘들다.
시험 전날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앓는 소리를 하신다.
이맘때가 되면 선생님들은 저마다 on line 교육에 매진하시는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인 걸 고려해 보면 선생님의 앓는 소리가 충분히 이해됐다.
마을버스 운전사였던 은선 씨가 퇴근 후 집안일도 벅찬데 또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말에 목멘 소리를 하였지만 3월 치매교육자 명단에 72살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계시다는 말에 더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헉 72살이요?] [예! 시험 당일 함께 가실 거예요] [그쯤 되면 돌봄을 받아야 하지 않나요?]
[65세 이상이니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연세는 맞아요. 하지만 요즘 고령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부쩍 늘었어요] [와 ~ 대단하시다.] [멋지죠! 호호호 자기 계발을 위해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할아버님을 위해 가족요양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와 ~]
[그 연세에 어디 취직하기는 힘드시니 가족요양을 하면 최저 시급이라도 벌 수 있으니 나쁘지 않잖아요] [그럼 50대는 얼마나 되나요?] [그리 많지는 않아요 다른 곳은 모르겠고 우리 센터는 보통 60대랍니다.] [와 ~ 대박 더 열심히 살아야겠군요 하하하]
한 달에 한 번 센터장과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수급자 어르신 댁을 방문한다.
그리고 매월 상태변환 기록지를 작성하게 되어있는데 말 그대로 매월 개선할 점과 부족한 부분을 변화된 기록과 사회복지사의 면담기록을 통해 관찰한다.
상태변환 기록은 대상자 어르신의 변화과정을 작성하는 것인데 은선 씨는 가족요양을 통해 자신이 변하는 것 같다며 하소연하였다.
1년 전 은선 씨를 처음 보았을 때는 호탕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는데 1년이 지난 요즘의 은선 씨는 다소 지쳐 보이기까지 했다.
[요즘은 어떠세요? 많이 지쳐 보이는데] [엄마 아빠 보살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힘들지요 더욱이 폭력성 치매는 더욱 힘들지요] [그러게요 엄마 아빠 돌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나도 학교 다닐 때 엄마 아빠 말 잘 안 들었거든요] [아 하!] [어릴 때 말 안 들은 거 지금 벌 받나 봐요] [하하하] [엄마 아빠도 이렇게 어렵게 날 길러주셨으니 나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힘들어요] [하하하 기운 내세요 어쩌겠습니까 부모님인데] [휴 ~ 그러게요]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대화 내내 어버이 은혜가 생각났다.
특히 말썽 부렸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힘들어했을 부모님을 뒤늦게 이해한다는 대목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디에나 미꾸라지는 존재했고 가족요양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쁜 예]
은선 씨처럼 자신을 내려놓고 부모님을 위해 돌봄을 자처하는 분이 계신가 하면 가족요양을 빙자한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존재했고 대표적인 예가 보호사 자신이 알코올중독 이면서 자신의 오빠를 돌봄 하겠다던 000 보호사님의 경우가 특별하지만 좋은 예가 될듯하다.
두 달 후 거리는 크리스마스 캐 롤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밤, 거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마스크 없이 지낼 거야!
만나는 사람마다 빨리 코로나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던지던 흔한 농담이었지만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사무실에서만이라도 벗어놓고 근무했으면 좋겠어요!]
두 분의 복지사님 중 소라복지사님께서 자신의 바람을 툭 하고 던졌다.
조금 전 대화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였다.
10월 정기회의 때 어떤 것들을 교육해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우리는 갑작스러운 소라복지사님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갑자기 그런 말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 것일까? 하며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화두를 던졌던 복지사님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참다못한 내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말을 이었다.
[왜? 그런 말을 하신 거예요?] [예?] 조금 전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조금 전 툭 던졌던 말은 평소 자기 생각이 필터링 없이 불쑥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의 중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잠시 회의가 중단되었고 때마침 센터에 전화벨이 울렸다.
한참을 통화하던 센터장이 회의석으로 돌아온 한 후 조금 전 통화 내용을 전달하였는데 현재의 요양보호사 대신이 직접 가족요양을 하겠다는 통보였다고 하였다.
기존의 요양보호사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니 본인이 직접 하면서 수당을 챙기겠다는 말이었다.
가족요양이 불법은 아니기에 문제가 될만한 사항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직접 보살피겠다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린다며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목소리요? 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 [음....] 한참 뜸 들이던 센터장이 말을 이었다.
[술 먹은 것 같아요] [예!!!] [말이 어눌한 게 마치 술 마신 사람처럼 들렸어요.] [설마...]
잘못 들었다는 듯 뒷말을 흐렸지만, 소라 복지사님은 한 가지 집히는 것이 있었다.
[혹시 그분 000 보호자님이십니까?] [예 맞아야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면 여동생....]
뒷말을 흐리셨지만, 정황상 알고 계신 듯 보였다.
[예 맞아요! 아십니까?] [예! 지난번 라운딩할 때 잠시 보았는데 자신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다며 가족요양에 관해 몇 가지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그때도 취해 있었거든요]
[그래요! 그러면 한번 만나 봐야겠네요] [그러시는 게 좋을 듯하네요 조금 찜찜하긴 했거든요] [예 3~4시쯤 찾아간다고 했어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 때문에 잠시 중단되었던 회의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센터를 나와 약속장소로 향했다.
센터장이 상담하는 동안 잠시 차에서 정리할 것이 생각난 나는 서둘러 미뤘던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온 센터장이 씩씩거리며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왜? 무슨 일 있어요?] 짜증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센터장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아니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지] [왜? 상담이 잘 안 됐어?] [아니 그게 아니고 000 보호자 말이야 상담 중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계속 전화하고... 아휴 미치겠네 진짜 왜 이러지!]
회의 중 연락했던 000님께서 상담 중에 전화하신 모양이었다.
[상담 중이라고 하고 전화드리겠다고 하지] [아휴~ 그랬지 그랬는데도 막무가내로 전화하잖아요. 내가 분명 상담 중이니 끝나고 전화드린다고 몇 번이고 이야기했는데... 끊고 나면 전화하고 끊고 나면 또 전화하고 상담이 안 되잖아... 이 사람 왜 이러는 거지?]
상담 중 계속된 전화에 제대로 된 상담도 하지 못한 채 나왔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보통의 계약은 첫 상담에 대부분 일어나지만 이러면 재방문 자체가 힘들어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더욱이 상담받던 사람 처지에서 보면 마치 전화를 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어딘가 문제가 있을 거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3~4시쯤 간다고 말했는데... 이제 고작 2시 45분인데... 이 사람 진짜 너무하네]
흥분한 센터장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있었다.
센터장은 자기감정이 솔직한 사람이다.
보통 영업 잘하시는 분들은 포커페이스가 잘 돼야 하지만 우리 센터장은 너무 솔직해서 좋고 싫음을 굿이 말하지 않아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더욱이 말까지 더듬을 정도면 상당히 흥분된 상태이다.
이대로 약속장소로 간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흥분 좀 가라앉히고 천천히 숨 좀 고르고 있어 내가 마실 것 좀 사다 줄게]
서둘러 자리를 피한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센터장이 즐겨 마시던 사과 맛 can 음료 하나를 사다 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옆자리에서 들숨과 날숨을 교차하던 센터장이 마침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휴~ 일단 갑시다.]
천천히 약속장소로 이동하였는데 이동 중에도 000님의 전화는 계속되었다.
[여보세요 000님 제가 분명 3~4시라고 이야기드렸잖아요 지금 3시도 안 됐어요]
[설령 3시라고 해도 보통 3~4시면 4시 전까지만 가면 되는 거잖아요]
[상담 중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왜 이러세요 술 드셨어요? 일단 가고 있으니까 만나서 이야기해요]
통화를 마친 센터장이 잠시 가라앉았던 화가 다시 오르는지 숨소리가 거칠었다.
그러는 사이 약속장소에 도착한 센터장이 상담가 방을 들고 000님 집으로 들어갔고 또다시 나는 차에서 센터장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가고 싶었지만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라 함께할 수 없었다.
올라간 지 10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온 센터장은 예상 밖으로 차분해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그냥 빨리 나왔어요] [어떻게 된 건데요?] [술에 취해 주정하길래 술 깨고 다시 전화하라고 하고 나왔어요]
그날 이후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000님의 전화는 끊이지 않고 계속 왔지만, 그때마다 술에 취한 목소리였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며칠이고 걸려오던 전화가 어느 순간 더는 오지 않았다 궁금해진 내가 [000님 요즘은 전화 안 하네?] 라며 근황을 묻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병원에 입원했어.] [뭐!!! 입원] [응 알코올 중독이래 그런데 정신병원이 아니라 요양병원으로 갔다네] [뜬금없이 알코올중독인데 웬 요양병원] [정신병원은 기록이 남는다고 가족들이 그렇게 했데] [와~ 그 가족도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계신데...]
[알코올중독이 가족력이래 그 집안이 대부분 다 그렇데] [허허 그런 것도 가족력이 있나?]
[몰라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뭐] [당분간 조용히 살겠네]
낮이고 밤이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걸려온 전화에 모두 지쳐있을 무렵이었는데 병원에 입원시켰다는 말이 왜 그리도 감사하게 느껴지던지 남의 불행에 웃으면 안 되지만 절로 웃음이 나왔고 우리의 일상은 점차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평안했던 일상이 다시 일렁이기 시작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000님이 퇴원하셨기 때문이었다.
000님의 오빠를 care 중이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이번 주까지만 근무하라는 000님의 통보를 받았며 센터로 연락을 주셨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는 그런 연락 못 받았는데...] [동생분이 자신이 가족요양 한다면서 그러시네요] [헉! 동생 퇴원했습니까?] [예 어제 오셨던데요] [그래요! 예 그럼 우리도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000님의 퇴원 소식은 곧 있을 크리스마스 소식보다 엄청난 화젯거리였다.
그날 저녁 000님의 집을 찾은 센터장이 1시간이 흐른 뒤에야 돌아왔고 결국 가족요양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괜찮겠어?] [어쩔 수 없지 요양보호사 이전에 보호자인데]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만약 술 먹고 제대로 된 care 하지 않으면 바로 자른다고 했어.] [그래도 저 사람 불안한데...]
[지켜봐야지 설마 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술 먹고 그러겠어!] [잘 지켜봐 사람 쉽게 변하지 않아]
다음 날 아침 아이들 식사준비가 한창이던 7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000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사람 또 시작이네! 지금 시각이 몇 시인데 식전부터 전화질이야.] 전화벨에 놀란 내가 소리치자 식사 준비하던 센터장이 달려와 전화를 받았다.
[어쩔 수 없지요 제공기록지 쓰시고 시간 날 때 센터 오세요 알려드릴 테니]
[선생님 선생님께서 오셔야지 내가 왜 그곳에 갑니까! 이제는 보호자가 아니라 요양보호사이잖아요. 센터에서 충분히 숙지하세요.] [선생님 제가 오늘 일정이 많아 바빠요 시간 안 되니까 오셔서 복지사님들에게 이야기해 둘 테니 오셔서 배우세요.] [휴~알았어요 나중에 봬요]
한참을 실랑이하던 센터장이 깊은 한숨을 몰아쉰 후 체념한듯한 목소리로 [이 사람이 나를 만만히 보는 건가 아니면 본래 이런 성격인가? 뭔지 모르겠네, 이런 사람은 처음이라 종잡을 수 없네...] [왜? 뭐라는데?] 나의 물음에 조금 전 상황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 보이며 [늦어도 되니까 무조건 나더러 오라네] 결국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춰 000님의 집을 방문하였고 그곳에서 1시간이 넘도록 태그 찍는 방법을 알려준 후에야 센터장이 돌아왔다.
본의 아니게 요양센터의 사장직을 겸하고 있지만, 나의 본업은 도서관 공무직원이다.
공직자는 겸업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수익발생이 되지 않는 직위는 인정된다.
12월 31일 내일이면 2023년이 된다.
퇴근준비를 하고 있던 오후 9시 40분쯤 센터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하면서 000님에게 들려 상태변환 기록지를 회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일반 적으로라면 진즉 마무리가 돼야 했지만 000님은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말일까지 상태변환 기록지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이었으니 그러려니 하고 퇴근 후 000님의 집을 찾았다.
도착 전 미리 전화했었지만 000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그제야 000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다.
[선생님 제가 출발 전에도 연락드렸고 도착해서도 전화드렸는데 이제야 오시면 어찌합니까?] [오빠 집에 있었어요] [저한테는 집에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알았으니 상태변환 기록지 얼른 주세요.] [아직 작성하지 않았는데요] [뭐요!!! 선생님 무슨 일을 그렇게 하십니까? 오늘 12월 31일이에요 시간은 또 어떻고요 11시가 넘었어요 선생님 때문에 센터장은 퇴근도 못하고 있는데 무슨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요] [적으면 되지요] [그러면 얼른 적어주세요.] [이렇게 적으면 되나요?] [여보세요 선생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근무자가 선생님 본인인데 무슨 일을 어떻게 하셨고 상태가 어떻게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왜 저에게 물어보십니까? 제대로 근무하신 건 맞아요?] 어이없는 상황에 따져 묻는 순간 주차하려는 다른 자동차 때문에 잠시 차량이동을 하고 난 후 돌아와 보니 000님이 사라지셨다.
[도대체 이 사람 뭐지?] 혼잣말로 구시렁거리며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고작 2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셨다고 하셨다.
씩씩거리는 나에게 다시 돌아온 000님은 이미 눈이 풀려있었고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에 무시하려 했었다.
하지만 조금 전 짧은 통화를 하는 동안 잠시 이성을 찾은 나는 000님의 취기를 놓치지 않았다.
어정쩡한 모습으로 거리를 두며 내게 건넨 상태변환 기록지는 완성되지 않은 채 있었고 결국 폭발한 내가 현장에서 000님을 해고처리 하라고 전화를 건 후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023년 이 되어있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족요양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술에 취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단순히 출퇴근만 한다면 분명 잘못된 일이고 지탄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어떠한 경우라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은선 씨처럼 폭력성 치매를 앓고 계신 부모님을 다른 요양보호사님에게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 부득이 가족요양을 선택하는 경우 너무나도 애살스럽게 부모님을 care 하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가족요양을 빙자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분도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본인 스스로 지켜야 할 도리는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실 속 가족요양이 일부 그러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당신이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고 떠드느냐며 반문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적어도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 눈에는 보입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분명히 보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데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요!
단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이자면 제가 직접 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족요양 하시는 분들에게 직접 사용했던 말을 옮겨 봅니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너무 바빠요]라는 말에 [지난주에 들렸을 때 침대 머릿맛에 있던 수건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데 무슨 빨래를 얼마나 열심히 하셨길래 어머님 머릿맛의 수건이 일주일째 그 자리 그대로 있나요?]
[온종일 청소만 했더니 허리가 아파 잠시 쉬고 있었어요]
[선생님 소파에 찌든 때가 얼마나 심하면 손으로 잡으면 끈적끈적하잖아요. 벌써 몇 달재 소파 청소는 안 하시나 봐요]
[하루 3시간 가지고는 부족해요]
[아무리 부족해도 아버님 머리는 감겨주세요 떡져있잖아요 아버님의 옷도 며칠째 그대로인데 너무하시는 것 아닌가요?]
이런 분들에게 전합니다.
[자식이 하고 계시니까 참고 있는 겁니다. 다른 집에서 이렇게 행동하시면 쫓겨나요]
당신이 만약 가족요양을 준비 중인 가족이라면 적어도 위 사례들처럼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