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 거동도 못하는 어르신에게 의사소견서를 내라니요.
복기 할아버님은 가족이 없다.
남의 과거사야 모르지만, 주위 분들의 증언을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느 사람도 다녀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한때 함께 경로당에 다니시던 할아버님의 증언을 따르면 가족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 복기 할아버님께서 말기 치매로 자신의 변조차 치우지 못하고 누워 계셨는데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절차이니 어쩔 수 없다며 의사 소견서를 내란다.
[이거 미친놈들 아니야?] 절로 육두문자가 나올 지경이다.
그렇다고 센터에서 할아버님을 모시고 가면 이해관계가 형성됨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인이 직접 하거나 가족들이 할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진찰 후 소견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데 홀로 사는 노인이 가족이 어디 있으며 본인이 움직일 수 있다면 본인뒷 처리도 못 하고 며칠씩 누워만 있었겠는가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센터에서 할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려해도 이해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안 된다니 이거야 미치고 팔딱 뛸 노릇 아니겠는가.
이러면 집주인 혹은 주위 어르신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어느 누가 선뜻 대신하겠는가 어쩔 수 없이 주민센터를 통해 도움받는 수밖에 이미 센터장의 그간 행적을 알고 있던 주민센터에서는 이해관계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지만, 공단은 사정이 달랐다.
아무튼 주민센터를 통해 복기 어르신은 잘 해결되었지만 3일 만에 돌아가셨다.
이런 사례는 넘쳐난다.
며칠 전 88세의 할머님 한 분을 치매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동행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가족이 직접 검사에 참여하여야 하지만 자녀가 모두 서울에서 생활하신다며 참석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센터에서 도움을 드릴 수도 없는 것이 또다시 이해관계 어쩌고 할까 봐 선 듯 도움을 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경로당 동생이라는 85세 할머님께서 동행하시겠다며 흔쾌히 도움을 약속하셨고,
우리는 차량이동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두 분 할머님께서 알아서 하시기로 하였다.
이게 얼마나 웃지 못할 일인지 88세의 할머님 병원동행으로 85세의 할머님이 함께 가신 것이다.
젊은 사람이 휠체어를 밀고 다녀도 족히 2~3시간 걸리는 일을 85세 할머님이 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 분의 할머님이 모든 일정을 마쳤다며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2시였고 아침밥도 거르시고 가셨던 할머님은 지쳐 쓰러지실 듯 힘겨워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상황은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지만 현실은 같은 민원을 넣는 것조차 이해관계로 치부해 버리니 달리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가족이 없고 홀로 생활하시는 어르신의 경우야 더할 나위 없지만, 설령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 해도 때에 따라 어려움을 직면할 때도 있다.
늦은 점심 후 퇴근 무렵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다.
가족들은 부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어머님 홀로 서울생활을 하신다고 오래전 전해 들었는데 요즘 들어 어머님의 치매증세가 눈에 띄게 두드러져 그곳(서울)에서 치매진단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그래도 서울생활이 좋다며 고집하셨지만, 버젓이 가족이 있는데 치매노인을 홀로 둘 수 없다는 마음으로 부산으로 모시고 왔는데 문제는 부산에서 방문요양을 신청하고 싶어도 등급이 나오지 않은 탓에 안 된다는 말을 들고 공단을 통해 가족들이 직접 신청하였고 공단에서 의사소견서를 내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단다.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서울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가까운 집 근처 병원에서 받고자 하였지만,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가능하다며 연이은 거절을 당했단다.
그렇다고 엉치뼈를 다쳐 앉아있기도 힘드신 분을 모시고 서울의 병원으로 직접 내원하시긴 너무나도 힘든 일이라 판단한 가족이 병원 측에 문의해 보았지만, 여전히 환자를 직접 봐야 한다는 대답만 반복할 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재차 공단에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했지만 역시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계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엉치뼈를 다쳐 앉아있기도 힘든 어르신을 모시고 결국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사 진단서를 떼었다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였지만,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불규칙적인 숨소리로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의사소견서는 뒤에서 차량 도움이 이라도 할 수 있지만, 공단직원의 가정방문은 어떠한 경우라도 센터에서 관여할 수 없다.
역시 이해관계 때문이다.
물론 직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철저히 센터 말고는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 없는 상황임에도 철저히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본인도 수급자 어르신의 상태를 물어볼 사람이 필요할 텐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마치 도둑놈 취급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분통이 터지는 일인지 지금이야 단단해져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지만, 신규센터 같은 경우 혹여 비슷한 사례가 생긴다면 미리 알아두어 나와 같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길 바란다.
저들이 이야기하는 이해관계란 서로의 손해와 이익이 걸려 있는 관계를 이야기할 테지만 현실 속 이해관계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한 관계일 뿐 확대하여 해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끝이 나면 모든 공단직원이 그렇다는 결론이 되므로 반대 상황도 소개가 필요하겠다.
모든 센터가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님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복기 할아버님처럼 말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센터는 5만 원 준다던데 같은 매수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런 행위는 불법이고 공단에서 엄중히 경고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법을 잘 지켰으면 좋으련만 몇몇 미꾸라지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미꾸라지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시민 대다수가 불편을 겪듯 열심히 노력 중인 센터들 역시 같은 불편을 겪고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불공정거래가 이루어짐을 알고 있기에 공단에서 이해관계라는 이유로 센터의 도움을 원천차단하는 것이다.
결국 도움을 준 센터가 최종 낙점되어 어르신을 관리하게 될 가능성이 끄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요즘 어르신들은 워낙 정보가 빨라서 도움과 선택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분이 그렇지는 않지만 도움은 감사하나 최종선택은 다른 센터를 이용하는 예도 있다는 것이다.
옛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 말이다.
열심히 봉양해서 정부지원사업 중에 이런 것이 있음을 알려 드리고 모든 절차까지 A 센터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5만 원에 넘어가 그간의 노력에도 B 센터를 선택하는 어르신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결국, 자신의 이익 앞에 신위를 저버리는 나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미꾸라지 때문에 공단 입장에서 나름의 중도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라 판단했을 것이고 그 결과 이해관계인 배제라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모든 센터가 미꾸라지가 아님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촘촘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