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는 이유로 2

요양보호사 삼촌 #6

by 서기선

# 남자라는 이유로~ 2


여경 한 분이 센터로 찾아오셨다.

자신의 아버님을 care 해 줄 선생님을 부탁하기 위해서였지만, 아버님의 나이가 너무 젊어서 요양등급을 내는 데 문제가 있어 보였다.

노인 장기 요양은 65세 이상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65세 미만이라 하더라도 치매 혹은 파킨슨 같은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보유하고 계신 분이 해당하지만, 65세 미만이었던 여경의 아버님은 이미 나이에서 제도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자세한 병명을 알지 못한 상황에서 가늠하기 힘들었다.

먼저 병원진료가 선행되어야 했고 결과 역시 치매나 파킨슨 같은 뇌혈관성 질환 같은 노인성 질병이 인정되어야 가능하였기에 절차 설명 후 돌려보냈다.

여경과의 상담이 잊힐 때쯤 센터로 상담전화가 걸려왔는데 자신을 얼마 전 찾아갔던 여경이라 소개한 그녀는 이후 병원진료를 받아 하반신 마비와 파킨슨이라는 소견을 받았다며 도움 요청을 해 왔다.

보호자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다행히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었으며 우리는 가장 적합한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찾기 위해 모집공고를 냈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알음알음 선생님들을 통해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선생님들에게 도움 요청도 해 두었고 구청의 워크넷 에도 구인신청을 했던 터러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문의전화 대부분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으며, 목욕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 주저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남자라서 안되고, 젊어서 안 되고, 목욕시켜야 해서 안되고, 운동시키려면 힘들어서 안되고...

도대체 남자가 어떻길래... 너무 어이없는 거절 사유에 내가 푸념하듯 센터장에게 속내를 드려 보였다.

[남자는 나이 먹어 힘없으면 그냥 죽으란 말인가? 아플 자격도 없나? 자기들은 아빠 없이 혼자 낳았나? 너무들 하네]

센터장이 심술궂게도 [맞아 나이 먹어 아야지 하면 죽으라는 말이야 나도 버릴 거야 그러니 아프지 말고 건강관리 잘해] 하며 장난을 걸어보지만,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솔직히 그분 나도 몇 번 만나 봤는데 매너 좋고 사람 참 좋던데... 어떻게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을 먼저 하지?] [거절하시는 분들 나름의 짬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대부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사연만 듣고도 짐작할 수 있거든 사람 좋은 것 하고는 다른 문제야]

툴툴대는 나에게 센터장이 요양 보호사 선생님들을 거들며 한소리 했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만약 대상이 여성이었다면 서로 하겠다고 했을 거잖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두 맞는 말도 아니야 여자의 적은 여자야 물론 같은 여성을 케어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지적도 많이 당하거든 그러다 보니 차라리 과묵한 남자 어르신 케어하는 것이 났다는 선생님들도 있어 아직 그런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센터장의 이야기에 비로소 이해했고 그의 말처럼 자신이 근무하겠다는 선생님의 전화가 몇 통 걸려왔다.

그중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선생님을 센터장이 선택하였고 예상한 대로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아저씨 모두가 만족하였다.

갑자기 궁금해진 내가 센터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남자 어르신 댁에 보낼 사람을 뽑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키보드에서 손을 뗀 센터장이 의자를 돌려 나를 응시하며 이야기를 하였다.

[아까 이야기했잖아!] [뭘? 모르겠는데?]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그게 뭔데?]

계속되는 질문에 답답했는지 아니면 말 길을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한심해서 그랬는지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휴~ 남자 어르신을 하겠다고 하시는 분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 여자 어르신은 일하러 왔다가 놀면 싫어해 당연하겠지!] [그렇지 당연히 일하러 와서 놀면 싫어하겠지!] [그런데 남자 어르신은 보기 싫어도 대부분 참아주셔 하지만 여자 어르신은 바로 자르든지 아니면 센터로 항의전화 하거든.] [와~ 세다] [그러다 보니 그런 걸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기더라고] [뭘 어떻게 악용한다는 말이야?] [당연히 할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더라고] [너무하네... 결국, 참아주는 남자 어르신을 그렇게 이용한다는 말이구먼!] [그렇지 그래서 면접 볼 때 그런 부분을 잘 찾아야 하지] [오~ 갑자기 멋져 보이는데...] [하하하! 내가 본래 멋진 사람이야 당신이 이제야 눈치챈 것이지 남들은 다 알아] [아휴~ 너무 오랜 시간 대화했다, 어서 약 먹어 이상한 이야기 하는 거 보니 약기운 떨어지나 보다.]

세상의 반은 남자이고 남자들도 아프면 돌봄이 필요하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는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하지 마시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임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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