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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담 두 번째 이야기

뛰어야 사는 인생!

by 서기선

노스담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작은 체구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들은 것은 어미의 따스한 음성도 따뜻한 체온도, 보드라운 손길도 아니었다.


"뛰어라, 노스담. 멈추면 죽는다." 아빠 스컷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은 아니에요. 아직 우리 손길이 필요하다고요." 엄마 웬디가 스컷을 타이르며 말했다.

하지만 스컷은 그녀의 말 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스컷! 나는 가끔 당신의 행동에 의심이 생겨! 그런 말이 당신을 위한 건지 아이들을 위해 그런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 웬디가 푸념하듯 나직이 말했다.

"웬디 나도 당신 마음 알아! 하지만 한 달이야, 한 달이면 이 녀석들도 독립을 해야 해!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주입해야 해! 당신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잖아!" 스컷이 '흐음~' 하고 긴 한숨을 쉰 후 동굴 밖으로 나가려다 웬디를 향해 말했다.


"멈추면 죽는다." 그것이 우리가 배운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스컷의 그 말 때문일까 노스담과 형제들은 유난히 경쟁심이 강했다.

형제들 중 가장 약하게 태어난 노스담을 밀어내고 서로 먼저 엄마 젖을 먹기 위해 싸웠으며,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살았다.

노스담 역시 다른 형제들처럼 엄마젖을 먹기 위해 싸웠지만 늘~ 힘에서 밀렸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웬디가 특별히 노스담을 더 챙기고 그러진 않았다.

그녀 역시 사냥을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냥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에 얽매여 한가로이 사랑 탓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한가하게 감성 혹은 측은지심을 느끼는 순간 자신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나 노스담과 형제들이 세상밖으로 나가야 했다.

처음 며칠은 웬디와 스컷을 따라다녔지만 그것도 일주일이 전부였다.

노스담과 형제들이 세상 속으로 나가던 날 "얘들아! 뛰어라, 멈추면 죽는다. 잊지 마!" 하고 스컷이 그들을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왜 뛰어야 하는지, 왜 멈추면 안 되는지....

어쩌면 묻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가르침은 단 하나였으니 말이다.

"살고 싶다면 계속 뛰어야 한다. 멈추면 죽는다." 스컷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귓가에 남아 맴도는 듯했다.

아직 사냥에 성공하지 못한 노스담은 배가 고팠다.

조그마한 몸이 쉴 새 없이 떨렸고, 심장은 쉴 틈 없이 뛰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을. 배고픔은 그를 스스로 움직이게 하였다.

첫 사냥을 하던 날 작고 가녀린 앞발을 내디뎌 보지만 처음이라 어색하고, 자꾸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머뭇거리는 순간, 다른 형제가 앞질렀기 때문이었다.

그가 머뭇거릴 동안, 먹이는 다른 형제들의 차지가 되었다.

"일어나 노스담! 굶으면 죽는다." 지켜보던 스컷이 소리쳤다.

그것이 노스담이 배운 두 번째 가르침이었다.

살려거든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또 2주가 지났다.

이제 노스담의 주변엔 스컷은 물론이고 웬디와 형제들도 없었다.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내야 했다.

그러나 노스담은 더 이상 어리고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날렵한 다리는 누구보다 빨랐고, 작은 몸은 사냥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는 오직 앞만 보고 달렸던 손기정선수처럼 훌륭한 마라토너가 되어 있었다.

이제야 노스담은 스컷이 왜 그렇게 자신을 혹독하게 훈육시켰는지 알게 되었다.

그의 심장은 분당 900번을 넘나들었고, 단 한순간도 천천히 뛰지 않았다.

그것이 자신이 뛰어야 하는 이유였음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조금만 쉬거나 머뭇거리면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죽거나 도태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이미 성장과정에서 익히고 배웠기 때문에 그런 삶이 부담스럽기보다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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