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내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되고 있었다.
도망치듯 뛰기 시작했던 그때와 다르게
요즘의 달리기는 마치 하루의 첫 문장을 여는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이미 하루는 시작되었다.
처음엔 1킬로를 뛰는 것도 버거웠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안 하던 달리기를 하다 보니 몸 이곳저곳이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 통증 또한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몸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마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내가 얻은 것들은 건강 이상이었다.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하면
하루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었고,
복잡했던 머릿속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 힘이 하루를 살아가는 활력이 되었다.
어느 순간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래 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중간중간 참가한 대회들은 새로운 동기가 되었다.
하프마라톤 완주라는 작은 기적도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새벽 1시간을 10킬로를 꾸준히 뛰고 오면
마음이 달라진다.
그러면서 내 안에서 자신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예전에는 쉽게 흔들리던 날에도
이제는 신발 끈을 묶고 밖으로 나간다.
달리기를 하며 생긴 작은 변화들은
내 일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생각이 선명해지고,
일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며,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꾸준함은 몸보다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말도 달라졌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상대방은
“요즘은 대화가 기승전 달리기네요.”
“달리기와 에너지가 비례하는 것 같아요.”
그 말들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정말 그랬다.
달리는 만큼 내 삶도 변하고 있었으니까.
내 변화는 가족에게도 번져갔다.
아내가 먼저 걷기 시작했고,
딸도 운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했다.
이번 10월에는 나는 하프를 아내와 딸은 5킬로 달리기를
달렸다. 집 안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아침 공기가 조금 더 밝아졌고,
운동이 하나의 가족 루틴이 되었다.
꾸준함은 조용히 주변으로 퍼져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몸도 바뀌었다.
8킬로의 체중이 빠지고,
몸의 움직임이 가벼워지고,
표정도 조금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마음이었다.
비 오는 날에도,
폭염 속에서도,
한겨울 새벽에도
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았다.
내가 예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 머릿속에 이런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안다, 끝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더 달릴 수 있는지를.”
한계를 넘는 경험이 반복되자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급하게 달릴 필요도 없고,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오늘의 나를 조금 넘는 힘,
그 정도면 충분했다.
꾸준함이란
거창하게 목표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작은 반복’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 반복이 나를 다시 세우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 한 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