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가 점점 즐거워지기 시작할 때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결론은 늘 달리기였다.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어떤 대화를 시작해도 '기승전 달리기'였다.
건강에도 좋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정리가 되고,
답이 안 보이는 문제도 뛰다 보면 실마리가 잡혔다.
어느 순간 나는 달리기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도망치듯 시작했던 달리기가
삶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독서모임 ‘리더스클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모임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 속에서
달리기 이야기가 또다시 흘러나왔다.
그 자리에서 회원들에게 말했다.
“우리, 일요일 새벽에 한 번 뛰어볼까요?”
가벼운 농담처럼 시작된 말이었지만
반응이 좋았다. 바로 ‘리더스러닝크루’라는 단톡방을 만들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분들의 습관공유와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일요일 새벽에 모여
함께 달리는 약속이 생겼다.
작은 책임감 하나가 생기니
휴일 새벽에도 쉽게 빠질 수 없었다.
(사실은 그 의도이기도 했다. 혼자서는 게으르기 때문에)
어두 껌껌한 일요일 새벽에 만나서 운동장을 달릴 때
혼자 달릴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함께 달리며 느끼기 시작했다.
한 주, 두 주, 세 주…
함께 달리면서 옆 사람의 변화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걷던 사람이 슬로우 러닝을 하고,
5킬로를 완주하던 사람이 10킬로를 뛰고,
어느새 매일 새벽녘에 꾸준히 나오는 사람이 생겼다.
그들의 변화는 내게도 자극이 되었다.
내가 그날 달리지 못하는 날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흐린 날이든 무더운 날이든
크루 단톡방엔 항상 누군가의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새벽마다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는듯했다.
그 한 장의 사진이
내 마음을 이상하게도 뜨겁게 만들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말보다 행동에서 먼저 느껴지는 법이었다.
운동장에는 각자의 이유로 뛰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천천히,
누군가는 걷다가 다시 뛰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달리기가 마치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각자 속도대로, 각자 사정대로,
넘어지면 쉬었다가 다시 일어서는 방식 그대로.
운동장은 또 하나의 사회였고
달리기는 각자의 삶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사람들이 흘리는 땀 속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를 느꼈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큰말을 하지 않는다.
속도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조금 속도를 늦춰주는 행동,
힘들어 보이면 옆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맞춰주는 배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어주는 시간.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을 조금씩 따뜻하게 만들었다.
상실과 흔들림 속에서
다시 살아지는 느낌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알려준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와 같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만으로
내 삶의 속도도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꾸준히 계속 달릴 수 있게 만든 힘도
이 사람들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