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랩스 촬영을 하다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10~15초에 1초씩 찍힌 화면 속에서 한 시간은 몇 초로 압축된다.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저렇게 지나가는 게 아닐까.
지난 2년을 떠올려 보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상실, 달리기, 읽기.
그 몇 개의 장면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순간, 더 이상 흘려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분명해졌다.
나는 원래 메모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힘들었던 2년 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쓰지 못했다기보다, 쓸 힘이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기록하지 못한 그 시간조차
그 시절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다.
다시 쓰기 시작할 때도 거창하지 않았다.
매일 꾸준히 쓰는 건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 다이어리와 수첩을 꺼냈다.
한 줄, 한 단어, 날짜 하나.
잘 쓰려고 하지 않았고, 남기려고만 했다.
기록은 그렇게 다시 삶에 붙어오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솔직해지는 일이었다.
기술이나 문장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여기까지만 쓰자, 이건 굳이 남기지 말자.
계속 선을 그었다.
보여주기식 글, 좋아요를 의식한 글,
삶과 이어지지 않는 글은 내 글이 아니라는 생각도 강해졌다.
글이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건 기록이 아니라 생각의 배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산소에 가끔 간다.
묘비에 적힌 단 세 줄의 문장을 마주할 때마다 느낀다.
사람 한 명의 삶은 저 문장으로는 도저히 다 담을 수 없다는 걸.
아버지를 다 표현하지 못한 것처럼,
내 삶도 언젠가는 몇 줄로 남겠지만
그 사이의 기억과 감정은 누군가가 남겨야 한다.
우주의 먼지가 될지라도,
내가 느끼고 살아온 한두 줄의 생각은 남기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부족했던 것도 나였고, 흔들렸던 것도 나였으며
그 모든 것이 내 역사였다는 사실을.
기록은 나를 좋게 만들지 않았다.
다만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변화시켜주었다.
쓰기는 내 삶의 태도도 바꾸었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준비하고 계획하는 삶을 살게 했다.
달리기가 몸의 리듬이었다면,
읽기는 마음의 리듬이었고,
쓰기는 삶의 방향키였다.
이제 쓰기는 결심이 아니라 습관이다.
대단한 이야기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
지금의 생각 한 줄, 감정 한 줄이면 충분하다.
그 작은 기록이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간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