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 15
복잡한 관계들 속의 묶여 있는 것들이 싫어 멀어지려 했던 것들,
내가 밀어내려 했던 사람들도 평범한 날들을 박탈당하고 보니 모두 자석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우린 서로에게 틀렸던 것이 아닌, 같았기에 밀어냈었습니다.
힘들지만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모두에게 거리를 두는 것은 소중한 것들은 한눈에 담아 볼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합니다.
결국,
다 지난다면 멋진 농담 같은 일들이겠지요.
파리 하늘의 색이라던가, 인도 해변의 거북이가 돌아와 알을 낳는다던가.
끈질기게 지켜보는 창밖에는 벚꽃이 봄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으로 떨어집니다.
활짝 핀 꽃보다 서로가 중요하기에 떨어지는 꽃잎 같은 마음으로 서로 떨어져 있는 거지요.
마스크 속 감춰진 마음이야 서로 다를 리가 있을까요.
무표정한 마스크 위로 정전기 같은 걱정이 전해집니다.
서로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무너져갔던 것들을 함께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가 가져온 건 외로움의 발견이 아닌 상대방에 대한 재발견이 아닐까요.
추웠던 날에 어느새 봄이 왔습니다.
따뜻한 것들은 마음으로부터 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