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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준 May 30. 2020

새벽 노트: 새벽 푸념#1

난필. 18

 무언가에 눌려있고 묶여있는 기분이 든다. 하는 일은 모두 뜻대로 안 되고, 그 마음과 다르게 하루는 온전하게 흘러간다. 이리저리 치이며 낮부터 밤까지 힘겹게 걸어왔지만, 다시 뜨는 해까지 천천히 기어가게 되는 하루. 걱정이 싫다. 창밖으로 붉게 물들어 오는 하늘이 겁나고, 더하거나 뺄 것 없는 딱 좋은 밤공기가 싫다.


 이런 날이면 괜스레 베개를 원망한다. 누구는 머리만 닿아도 잠든다던데, 나는 왜 차별하느냐고 묻고 싶다. 생각의 잔이 넘쳐흘러 걱정이 쏟아지고, 주워 담으려는 두 손의 공간이 허망할 때, 차라리 그대로 흘러가게 두고 싶다. 아무리 닦아봐도 그 자리엔 자국처럼 아쉬움만 남을 걸 알기에. 결국, 밤이 덮어주는 이불을 누리지 못한 미련한 나만 남겨질 뿐이다.


 지친 영혼을 데워줄 곳을 찾아 돌아다녀도 마땅한 곳이 없고, 개별적인 고민은 보편적 가치에 매몰될 뿐, 이해해 주는 이 하나 없다. 언제나 우리는 헛된 기대로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절망한다. 차가운 이곳에서 기댈 곳은 따뜻한 오해일 뿐이다. 이곳에는 예리하게 재단되어 '정확한 것'만 남기는 것이 허용된다. 결국 사연도 내용도 없는 '알몸'만이 서 있다. 파란 하늘의 구름자락에 정갈하게 뼈마디를 걸어둔, 외로운 것이 서 있다.





 원망이라는 클리셰에 몸 맡기는 것도 뻔한 클리셰지만,
그런 클리셰들이 적당히 잘 작용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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