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 23
손에 잡히는 것들이 불행이라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행복이다.
바라지 않는 것들은 방문이 잦고,
바라는 것들은 불러도 오지 않는다.
이미 마음이 기울어져
나 혼자 발버둥 치는 운동장에서
나만 늘 오르막이다.
내 편에 서는 것들이 불행이라면,
차라리 불행에 익숙해지는 편이
나에게 좋은 일이지.
무뎌지는 것들 속에
내가 있다면,
무너지는 것 중에
내가 있다면,
저 밑바닥에서
잘게 부서져 가라앉는 것들이.
나라고 할게.
조각조각조각조각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