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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난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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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준 May 26. 2023

정산

난필. 22

 호의가 권리가 될 때. 내민 손 위에 무언가 더 있기를 바란다. 선의가 부채로 바뀐다. 권리로 인식되는 순간, 받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계산서가 쓰인다. 주는 사람은 늘 채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가치계산은 너무나 다르다. 주는 누군가의 감정 소모는 받는 누군가의 효용성보다 늘 크다. 


 이런 감정의 환율은 관계에 대해 더 정확한 계산을 강제한다. 이제 우린 각자 계산서대로 주고, 받을 수밖에 없다. 정이 있는 사람의 반대말은 정확하게 계산하는 사람이겠다. 호의를 권리로 누렸던 사람들은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주장할 테고, 호의를 강탈당한 사람들은 이제 정확한 계산서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겠지. 


 정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은 정이 있는 사람들, 호의 가득한 사람들은 이미 채무자로 텅 비어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줄 것 없는 그들 위로 이제는 더 정확하게 계산한 사람들만 남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세상엔 계산기만 남겠지. 



친절도, 호의도, 다정함도 정확하게 계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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