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인문교양 매거진 월간 <유레카> 2024년 5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브런치 발행 과정에서 원고를 약간 편집하였기에 아래 글은 <유레카>에 실린 글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쉽게 읽는 과학'은 중고등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싑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글입니다.
온실효과가 꼭 나쁜 건 아니라고 하지만…
지구의 생물들은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지구가 에너지를 흡수하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만약 그렇다면 지구는 너무 뜨거워서 더 이상 생명이 살아갈 수 없는 행성이 됐겠죠.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받는 것과 거의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계속해서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고 있답니다. 일종의 평형상태에 있는 거죠.
그런데 우주 공간과 우주 공간을 떠도는 많은 천체는 지구와 달리 차갑게 식어 있잖아요? 지구가 에너지를 흡수하는 만큼 똑같이 방출한다면, 지구는 어떻게 다른 천체들과 달리 지금처럼 따뜻해진 걸까요? 비결은 바로 온실효과입니다!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기체들이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 중 일부를 흡수해 다시 지구로 돌려보낸 덕분에 지구는 조금씩 조금씩 따뜻해졌고, 지금처럼 온난해질 수 있었던 거예요. 온실효과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처럼'살기 좋은 행성'이 될 수 없었겠지요.
즉, 온실효과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며 이산화탄소 등 온실기체의 대기 중 농도가 급격히 증가해 온실효과가 지나칠 정도로 심해졌다는 게 문제죠. 기후 변화 속도가 완만하다면 생물들도 조금씩 진화를 거듭하며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 가겠지만,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기후에 진화를 통해 적응할 수 있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다섯 번의 대멸종과 여섯 번째 대멸종
대멸종이란 운석 충돌, 대규모 화산 폭발, 급격한 기후 변화 등으로 많은 종의 생물이 한꺼번에 지구상에서 멸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구가 탄생한 46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통틀어 지질 시대라고 부르는데, 이토록 긴 지질 시대 동안 대멸종은 다섯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니 대멸종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죠.
그런데 여러분, 여섯 번째 대멸종이 현재 진행 중이며 그것이 바로 인간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멸종이 뭐가 그리 문제인 걸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멸종은 원래 인간의 활동이나 운석 충돌, 급격한 기후 변화 같은 외부의 영향 없이도 자연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니까요.그런데 문제는 멸종의 진행 속도입니다. 인간의 활동이 시작된 이래로 멸종 속도가 무려 천 배 정도나 빨라졌다고 하니, 이는 분명 예사롭지 않은 일이에요.
어쩌면 대멸종은 이미 벌어져서 돌이킬 수 없고,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인류의 멸종’ 정도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학교의 '태평양 생명과학 연구센터' 연구교수 로버트 코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서기 1500년 이후 약 200만 종의 지구 생물 중에서 15만∼26만 종이 사라져 7.5∼13%의 멸종이 이미 진행됐다고 추산했죠.
이렇듯 현재 진행 중인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은 인간 활동 때문입니다.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기후 변화(지구 평균온도의 급격한 상승),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대규모 남획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죠. 상황은 정말 심각해요. 어쩌면 이번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인해 인간마저 멸종하게 될지도 모를 정도죠. 어쩌면 인간은 이대로 멸종하고, 천만년쯤 뒤에 새로운 지적 생명체가 등장해 오늘날 인간이 남긴 대규모 건축물이나 썩지 않고 남은 플라스틱 같은 화석들을 분석하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는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인간의 시간으로 살펴보는 생명 탄생과 멸종의 역사
지구는 자그마치 약46억 년 전에 생겨났어요. 그런데 46억 넌은 너무 긴 시간이라 우리가 체감하기 어려우니까 지구의 나이인 46억 년을 100년으로 환산해서 생명의 탄생과 멸종의 역사를 살펴보려 합니다. 즉 아래에서 이야기하는 1년은, 실제로는 4천6백만 년이에요.
약 76년 전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물인 남세균이 지구상에 등장했습니다. 남세균이 방출한 산소로 인해 바다와 대기의 산소 농도가 증가하며 생물권은 더 커지고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하고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출현하는데, 이때까지의 시기를 선캄브리아 시대라고 해요.
이어지는 고생대에는 삼엽충과 어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오존층이 형성되어 생물에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해 준 덕분에 생물이 육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고, 양서류와 양치식물 등도 이때 처음 등장했지요. 그러나 고생대 후기에 대륙이 이동하여 초대륙을 이루면서 서식지가 축소되고 기후가 급격히 변화했어요. 이때 삼엽충과 방추충을 포함해 많은 생물이 멸종했지요. 고생대라고 하니 옛날이야기 같나요? 하지만 인간의 시간인 100년으로 환산했을 때, 이 모든 일이 고작 11.7년 전부터 5.5년 전까지 불과 6년 사이에 벌어졌다는 사실! 놀랍죠?
5.5년 전부터 1.4년 전까지 시기는 중생대라고 해요. 화산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증가로 온실효과가 커져 기후가 온난해졌고, 고생대 후기에 살아남은 생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어요. 대형 파충류와 암모나이트, 공룡 등이 이 시기에 번성했는데,암모나이트와 공룡 중 대부분은 중생대 말기에 또다시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며 멸종을 맞이하고 말았죠. 오늘날 우리가 새 또는 조류(鳥類)로 분류하는 동물들(=새)은 이 시기에 살아남은 공룡들의 먼 후손이랍니다.
1.4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신생대라고 해요. 신생대에는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이 번성했는데, 포유동물의 특징은 알이 아닌 자식을 낳는다는 점, 젖샘이 있어서 수유를 한다는 점, 외부의 온도가 변해도 체온을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할 수 있어서 다양한 조건에서 서식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죠.
지구의 역사가 100년이라고 할 때, 현생인류의 가장 직접적인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건 대략 40일 전의 일입니다. 서기 1년, 그러니까 우리가 햇수를 지금처럼 세기 시작한 건 고작 23분 전부터고요. 심지어 산업혁명이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겨우 3분 전의 일이죠. 단 3분 만에 대멸종의 위기를 불러온 인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