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회사 두 번 판 남자>
미국 파이넨셜타임즈 기사는 1월 30일 기사로 애플이 이번주 22년 창업한 AI 스타트업 Q.AI를 2조 7천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Q.AI는 2022년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창업 4년 만에 2조 7천억 원 수준으로 인수된 것이다.
이는 2014년 비츠 일렉트로닉스(30억 달러) 인수를 제외하면 애플 역사상 가장 큰 스타트업 인수 딜이다. 팀 쿡 CEO가 작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M&A에 열려 있다"고 언급한 직후 성사된 대형 딜이다.
"Q.AI CEO마이젤스는 애플에 회사를 이전에도 팔아본 사람이었다"
Q.AI는 2022년 아비아드 마이젤스, 요나탄 웩슬러, 아비 바리야박사에 의해 설립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CEO 아비아드 마이젤스가 애플에 회사를 파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3D 동작 인식 기술 기업인 프라임센스(PrimeSense)의 창업자였으며, 프라임센스는 2013년 애플에 3.6억 달러에 인수되어 아이폰의 핵심 보안 기술인 페이스아이디(FaceID)의 기반이 되었다.
이번 Q.AI 인수는 마이젤스 CEO의 두 번째 애플 엑시트다. 애플 입장에서는 이미 회사의 문화와 기술적 요구사항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검증된 인재를 다시 데려온 셈이다.
"Q.AI는 뭘 만드는 회사인가?"
Q.AI의 기술적 차별점은 '소리 없는 말'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데 있다.
1. 미세 안면 근육 센싱 (Facial Micro-movement Sensing)
사용자가 말을 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안면 피부의 미세한 진동과 근육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이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만 움직이거나, 심지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신경근 신호까지 감지할 수 있다.
(복화술 쓰는 사람은 안 되겠지만)
2. 멀티모달 엣지 AI (Multimodal Edge AI)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디바이스 자체에서 신호를 처리한다. Q.AI의 알고리즘은 근전도(EMG) 센서와 카메라 기반의 광학 센서 데이터를 융합하여 사용자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나 명령어로 변환한다.
그래서 디바이스 회사인 애플이 인수한 것일 수도 있다. 애플워치나 비전프로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이 기술이 들어간다면, 말하지 않고도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자본시장은 비상장과 상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타트업 시장이 성숙하려면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가 더 확산되어야 한다.
자본시장은 비상장시장과 상장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스타트업들이 있는 비상장시장은 누군가의 수요가 있어야 팔릴 수 있다. 그 수요는 크게 두 곳에서 온다.
1. 상장시장(코스피, 코스닥) IPO
2. 대기업의 M&A
상장시장의 수요는 살아났다.
이전에는 코스피, 코스닥의 상방이 막혀 있어서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해봤자 돈을 벌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5천 피(코스피 5,000), 1천 닥(코스닥 1,000)에 이어 3천 닥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장시장에서 스타트업의 수요는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M&A 수요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 대기업들은 규제와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기술 스타트업 인수에 여전히 신중한 편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현대차의 최근 솟아오른 불기둥을 보자.
현대차는 2021년 보스톤다이나믹스를 11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 인수로 현대차는 자동차 회사에서 로봇 회사로 테마를 크게 전환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스톤다이나믹스를 인수한지는 한참 되었는데 인수 직후 주가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장은 무덤덤했다.
그런데 CES 2026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대차가 로봇의 전환을 강조하며 춤추는 보스톤다이내믹스 로봇을 소개하면서 갑자기 '로봇 테마'로 주식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흐름상으로 보면 변한 건 없다. 현대차가 돈을 버는 방식도 그대로고, 보스톤다이내믹스도 그대로 기술을 개발해서 언젠가는 사람을 대체한다는 목표로 연구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시장은 전혀 다르게 반응했다. 현대차를 '로봇 회사의 필두 기업'으로 바꿔놨다.
이렇듯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스타트업 인수(비록 미국 회사였지만)를 통해 기업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M&A 한 건으로 회사의 정체성과 시장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증거다.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
한국 대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규제를 탓하기 전에, 애플처럼 작지만 강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인수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상장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고, 더 많은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자본시장은 비상장과 상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상장시장만 뜨거워진다고 해서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가 살아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의 M&A라는 또 다른 출구가 열려야, 창업가들은 더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애플이 창업 4년 된 스타트업에 2조 7천억 원을 쓰는 동안, 한국 대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진: Q.AI 대표 아비아드 마이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