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BANK)의 어원>

왜 금융기관을 '은행(銀行)'이라고 부를까? 그리고 왜 하필 '금(金)'

by Seon

<은행(BANK)의 어원>


왜 금융기관을 '은행(銀行)'이라고 부를까? 그리고 왜 하필 '금(金)'이 아니라 '은(銀)'일까?

금, 은값이 5,000달러/100달러로 신고가를 찍는 지금 투자할지 말지 보다 어원을 알아보자.




- 영어 BANK의 어원

금융기관을 뜻하는 영어 'bank'는 원래 돈 바꾸는 사람이 앉아 거래하던 ‘벤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탈리아어 banca/banco → 프랑스어 banque → 영어 bank)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상업도시에서 대금업자가 시장 한복판의 ‘큰 판자’에서 돈을 바꾸고 장부를 쓰며 거래하던 관행이 BANK의 의미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banca 자체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르만계 bench 계열 어근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즉 '앉는/놓는 긴 구조물'이라는 이미지가 공통으로 깔려 있다.


- 동아시아의 은행(銀行)의 어원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은행이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중국 청나라의 뇌이태는 무역 거래 시 은 수송에 높은 비용이 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은 운송비용(도적으로부터의 보호)을 줄이기 위해 각 지역의 안료가게를 점포망으로 하는 ‘표’를 발급했다. 이 표를 다른 안료가게에 가면 일정금액 은으로 받을 수 있기에 지금의 은행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어 銀(은) 화폐/교환수단(돈), 行(행)라 상업적 조직/업소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후 은행과 Bank 단어의 연결은 홍콩에서 간행된 로브샤이드 영중사전으로 이루어 졌고, "bank(銀行)" 같은 번역어가 여기서 확산되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 제일은행 부산지점을 시작으로 근대 금융제도 도입 과정에서 한자 문화권 공통 표기인 은행이 공식 명칭과 기관명에 쓰이며 한국어 독음 "은행"이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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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금(金)'이 아니라 '은(銀)'이 거래의 중심이었나?"

동양은 "은(銀) 중심", 서양은 "금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건 19세기 이후의 인상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는 서양도 오랫동안 ‘은’이 '주요 통화 금속'이었다. 영국은 1821년에 금본위를 운영했지만, 그 이전에는 은이 '주요 통화 금속'이었다. 영국은 1816년 개혁에서 은화를 '토큰(소액) 성격'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를 하며 금본위로 정렬했고(예: 은화 법정통용 한도를 낮추는 방식), 이런 제도 변화가 19세기 국제금융의 표준을 바꿨다. 결국 영국이 1821년 금본위를 본격 운영하면서 "서양=금"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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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동아시아에서는 왜 '금'이 아니라 '은'이 핵심이었나?


첫째, 일상 결제에 더 맞는 건 은이었다

금은 가치가 너무 높아서 일상 거래의 '잔돈 체계'를 만들기 불편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동전(구리/동)이 소액 결제, 은(은괴·은화/무게 단위)이 고액 결제·결산에 쓰이는 이중 구조가 강했다. 즉 "은만 썼다"가 아니라 "동전+은(무게)"로 돌아간 것이다.

둘째, 세금을 '은'으로 받기 시작하면서 국가가 수요를 만들어버렸다

명대 후기에 일조편법이 전국적으로 정착하면서, 여러 부담(역·공납 등)을 '은 납부'로 단일화해 세제와 행정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셋째, 동아시아로 은이 '대량 유입'되기 시작했다

16~19세기 세계 무역에서 신대륙(스페인령 아메리카) 은이 마닐라를 거쳐 아시아로, 특히 중국으로 대량 유입됐다. 이 흐름이 중국 내 은의 유통·결제 관행을 더 공고히 했다. 결국 세금도, 대외무역 결제도, 고액 거래 결산도 은으로 하여 은이 사실상의 기준 통화처럼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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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은을 사야 해? 말아야 해?”


은은 단순 장신구가 아니라 산업 금속이라서 태양광·전력망·데이터센터 같은 수요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은의 공급과 수요를 나타내는 21~24년 누적 적자가 678Moz로 커짐, 25년에는 일부 축소)

하지만 관세·정부 셧다운 우려·지정학 리스크 같은 공포 프리미엄과 달러 약세/정책 불확실성으로 가격이 너무 무섭게 올라갔다는 점이다.(지금 2026년 1월 26일 은 가격은 $109.54로 1년 전 대비 +262% 급등하며 하루 14%까지 치솟았다). 즉 정상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사고, 팔 사람은 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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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로마 은화, 중국 은전, 금/은 시세, 그리고 뇌이태 안료가게로 시작한 일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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