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디어는 중요할까?
/ 창업자 View>

by Seon


"창업자: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투자하지 않는 투자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이는 창업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관점이다. 실제 스타트업의 성공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운영 역량'이 모두 중요하다.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실행력이 부족하면 성공하기 어렵고, 뛰어난 실행력이 있더라도 차별화된 아이디어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힘들다. 여기에 시장 상황, 경쟁 환경, 규제 변화 등 수많은 외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이 무시하는 현장의 경험“


투자자들이 보이는 모순적 행동의 핵심에는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과신(過信)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아이디어보다는 창업자의 역량이나 산업의 성장성이 더 중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투자 거절의 이유로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별로라서'라는 답변을 자주 내놓는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태도의 근본에는 투자자들의 과도한 자신감이 있다.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해당 사업의 모든 측면을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매우 다르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사업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 전문적인 실행 역량, 그리고 다양한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업들이,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다양한 도전과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다.



KakaoTalk_Snapshot_20250103_083738.png


“짧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창업자의 아이디어, 그것만 듣고 판단하는 현실”


투자자들과의 첫 미팅에서는 보통 10분이나 30분 내외의 제한된 시간 안에 사업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사업의 모든 측면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창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사업의 핵심 아이디어를 먼저 함축적으로 전달한 후, 시장 성장성, 개인의 전문성, 사업 경험 등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는 구조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적 제약은 투자자들이 해당 사업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이해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압축된 형태로 전달받은 사업 아이디어를 '한번쯤 들어본 평범한 아이디어'로 치부하게 되는데, 이는 실제 해당 사업이 가진 깊이와 복잡성, 그리고 창업자의 전문성과 통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문성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투자자”


투자자들은 대개 자신의 과거 투자 경험이나 직무 이력을 통해 특정 산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과 같이 모든 산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전지 전능한 전문가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는 투자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어떤 투자자가 명백히 전문성이 부족한 산업 분야에서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나 가치를 폄하한다면, 이러한 평가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해당 산업이나 기술의 전문적인 용어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해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진정으로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이해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며, 이는 그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결국 창업자는 투자자의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들의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소통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라면 해당 분야의 복잡성과 도전과제를 이해하고,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디어는 중요할까? / 투자자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