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과 기업가의 차이가 뭘까. 장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소상공인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주로 본인의 자본과 능력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사업을 이끌어가는 분들이다. 이들 중에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는 그 방식에 따라 장사를 한다는 것과 기업 경영의 차이가 다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투자사들은 인기 많은 고깃집이나 지역에서 유명한 커피샵에 투자하지 않을까? 10억을 투자해서 매년 1억씩 가져올 수 있는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장해주는 다수의 사업들이 있지만, 벤처 투자에선 왜 이런 투자건을 선호하지 않을까?
장사꾼이든 기업가든 이윤 추구라는 목표는 같지만, 두 역할의 본질적인 차이는 '시스템화'와 '확장성'에서 나온다. 장사꾼이 주로 개인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해 사업을 유지한다면, 기업가는 개인의 역량을 시스템화하여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차이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하는 사업은 초기에는 빠른 수익 창출이 가능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그 개인의 상황과 능력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기에 명확한 한계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능력이나 영향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사업 모델은 벤처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높은 성장성과는 거리가 있다.
투자자들은 매출이 꾸준하더라도 성장의 한계가 뚜렷한 사업보다는, 당장은 성장 속도가 더디더라도 시스템적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 모델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이는 그들이 투자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창업자의 큰 비전과 기업가적 마인드를 통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의미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서서,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큼의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벤처 투자는 본질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이다. 이는 벤처 투자 시장의 근본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데, 벤처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10개 기업에 투자해서 9개가 실패하더라도 나머지 1개가 수십 배의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투자 전략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전형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0억을 투자해 매년 5천만 원의 안정적인 수익이 나는 사업은 일반적인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지만, 벤처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원금 회수 기간이나 기회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투자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는 벤처 투자가 추구하는 폭발적 성장과 그에 따른 높은 투자 수익률과는 거리가 있는 수익 구조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단, 이는 "돈과 시간을 치환할 수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전제가 충족될 때에만 해당된다. 벤처 투자의 본질적 목적은 사업의 성장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투자금을 통해 정해진 기간 내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것에 있다. 따라서 만약 창업자가 투자금을 통해 성장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투자 유치는 잠시 미루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창업 초기 단계든, 성장기든, 또는 회사가 이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업가로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 오게 마련이다. 그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투자 유치에 나서는 것이 빠른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투자 유치는 창업자에게 있어 단순한 자금 확보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사업이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시스템적으로 확장 가능하고 더 큰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도약이 가능한 시점에서 투자 유치에 나서야만, 더 원대한 목표와 지속적인 성장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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