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업 생태계에서는 "정부 돈 안 받고 사업하는 사람은 바보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업계획서 작성 능력과 기본적인 스펙을 갖춘 창업자라면 정부 지원사업에 비교적 쉽게 선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창업 지원 체계는 예비창업자부터 초기 창업자, 심지어 유니콘 기업에 이르기까지 각 성장 단계별로 세분화된 지원을 제공하고 있어, 창업의 전 과정에 걸쳐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광범위한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같이 민간 주도의 창업 생태계가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부 주도 창업 지원 정책이 단기간 내에 창업 생태계의 빠른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이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벤치마킹하여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는 이제 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서도 모범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창업 지원 정책이 단순히 국내에서만 효과를 보인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 심사 및 평가 과정에서, 사업성이 부족한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금을 수혜 받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히 시정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인식된다. 다만, 이와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창업을 망설이던 예비 창업자들이 보다 용기를 가지고 창업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또한 간과 할 수 없다. 투자자의 관점에서도 10개 기업 중 1개 기업의 성공적인 투자 회수를 기대하는 것처럼, 정부 지원을 통한 100개 예비 기업 육성은 투자 가능한 10개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창출한다고 판단된다.
물론 한국 정부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로 여겨질 수 있는 과도한 문서 작업은, 정부 과제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정부 과제에 참여했던 창업자들은 대부분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다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반응보다는, 차후 참여 시 인력 채용이나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회사의 자원 투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유능한 창업자라면 정부 과제를 기업의 필수적인 업무 프로세스(회계, HR 등) 중 하나로 간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과제는 단순히 지원금을 얻고자 하는것이 아닐때가 더 많다. 창업자는 투자자들 혹은 고객들에게 수많은 거절과 부정적인 메세지를 받게된다. 이럴때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에 통과하고 참여하는것 만으로 본인의 사업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얻어 자신감을 얻어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정부에서 인정해주는 상이 별로 의미 없다고 평가 할 수 있으나, 수많은 거절로 자존감이 낮아진 창업자들에게 '수상'이라는 칭호가 창업자들에 정신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정부과제 참여 시 많은 행사에 불려가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사진촬영장의 들러리가 되기도 하고, 외빈들을 위해 단순 방청객으로 있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허나 주변에 유능한 창업자들은 이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도 많다. 사업을 하면서 느낀 사항은 결코 모든 시장은 숫자 만으로 해결되지 않는것이다.
우연히 만난 관계자를 통해 사업의 기회, 투자의 기회를 얻기도 하고, 정부부처의 직원들과 한 두번 식사를 통해서 그간 풀리지 않았던 규제와 관리들이 개선된 사례도 충분히 많다. 사회는 단순한 2차원의 구조가 아니다. 인간관계, 정치, 사회, 환경 까지 4,5,6차원의 관계를 통해 사업이 성공이 다다르게되는데 단순하게 귀찮다는 이유로 이런 성공에 대한 확률 변수를 제거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된다.
정부과제는 꼭 받았으면 한다. 허나 투자유치가 기업의 목표가 되면 안되듯 정부과제 선정이 사업의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
*사진 Global Startup Ecosystem Ranking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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