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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제, 하는것이 맞을까? / 투자자 View>

by 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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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정부과제에 의존하는 순간 회사의 성장은 멈춘다"



2016~2017년, 한국에서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할 때, 정부는 '창조경제'와 '창업 지원'을 핵심으로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벤처기업'이라는 기존의 용어 대신 '스타트업'이 자리 잡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중심으로 기업 지원을 확대했다. 정부는 자금 지원, 투자 유치 프로그램,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초기 창업자들에게 큰 자원을 투입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마중물"



정권 교체 이후에도 초기 창업자를 위한 지원 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단순히 창업자들에 대한 직접 지원금뿐만 아니라, 벤처투자자들을 위한 투자기금과 정부 출자 기금도 점차 증가했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예를 들어, 팁스(TIPS) 프로그램은 민간 주도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정부의 매칭 펀드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들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창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 사업들은 예비 창업자부터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까지 폭넓은 지원을 제공하며 한국의 창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했다.



이러한 지원 정책 덕분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광범위한 지원 정책이 한편으로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시장이 성과를 최우선으로 두고 경쟁을 통해 1등에게 집중하는 반면, 정부는 폭넓게 다양한 기업을 지원하는 경향이 있어 일종의 '지원에 최적화된 사업계획서'로 과제를 획득하려는 경우가 늘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원리에 따라 고유의 사업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일시적인 정부 과제 자금에 의존해 기업이 생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과제의 함정 : 창업 지원금 사냥을 위한 피벗”



스타트업은 본래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따라 사업 모델을 수정하는 '피벗(pivot)'을 종종 한다. 이는 본래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시장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문제는 정부과제를 위해 불필요한 피벗이 이루어질 때 발생한다. 정부과제의 취지에 맞추기 위해 본래의 핵심 사업을 유지하면서도 과제 요구에 맞춰 새로운 사업 영역을 억지로 추가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심지어 고급 인력과 자원이 본연의 사업보다는 과제 계획서 작성과 보고서 제출에 투입되기도 하면서 기업의 성장 동력은 점점 약화되고 그저 '과제 수행'에 그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정 과제 수행에 유리한 인력을 서로 교환하거나 정부 지원금 확보를 목적으로 브로커들이 개입하는 등, 정부과제와 관련한 비효율적인 관행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겠다던 창업자들이 직원의 급여나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본업보다 정부 과제 사이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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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제는 잘못 쓰면 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창업자가 정부과제에 많이 의지하는 것을 선호하기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다. 투자자는 빠른 성장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데, 정부과제는 주로 점진적이고 제한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빠르게 스케일업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며, 정부 지원금이 가져오는 제한적인 자금과 행정 부담은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정부과제를 단순히 추가적인 자금 소스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과제는 지분 희석 없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수반되는 행정적 부담과 인력 소모는 작지 않다. 과제 보고서 작성과 회계 처리를 위한 복잡한 서류 작업은 회사의 중요한 인력의 시간을 상당히 소모시키며, 자원 사용에 제한이 있는 정부 자금의 특성상 실제 필요로 하는 부문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크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과제에 집중하면서 기업의 핵심 사업에서 멀어질 위험이다. 정부과제의 요구에 맞춰 회사의 방향을 조정하다 보면, 사업의 본질을 잃고 단순히 '과제 수행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창업자는 과제가 진정으로 회사의 전략에 부합하는지, 과제 수행을 위한 리소스 투입이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는지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플랜 B도 중요하지만, 플랜 B만 추구하다보면 원래하고자 하는 플랜 A는 무조건 느려지며 흐려질 수 밖에 없고, 그 순간 회사는 정부과제가 아닌 사업에만 집중하는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자 #창업자 #정부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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