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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Jun 25. 2020

정의당 혁신위원회,
고민을 시작합니다.

정의당 혁신위원 김설, 처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0. 김설


  저는 광주에서 광주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들의 세대별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18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18 역사의 현장을 해설하고 가이드하는 일을 합니다. 광주에서 태어났고, 광주에서 살아왔으며, 앞으로 광주에서 살아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저의 역할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동남구지역위원회 운영위원이자 중앙당 대의원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의당의 손과 발, 지역의 현장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을 천천히 써가고자 합니다. 


실은 정의당 혁신위원이 되고 나서, 제 자신을 정의당의 일원으로서 공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처음이라 부끄럽습니다. 혁신위원으로서 부족하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의 동지로서 그리고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 시민으로서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변화를 도모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의당을 통한 세상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드리고자 합니다. 

변화의 길 위에 정의당과 함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1. 들어가기 앞서


  지난 5월 22일 광주 하남공단에서 폐목재를 수거하는 소규모 공장에서 일하던 26살 청년이 파쇄 기계에 빨려 들어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노동자 38명이 죽었습니다. 5월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었습니다. 그리고 5월 22일 김재순 씨가 죽은 당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아르곤 가스에 질식사했습니다. 일하다 사람이 죽어도 공장은 돌아가고, 기업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산재로 사람이 죽었을 때 회사가 받는 벌금은 평균 450만 원입니다.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렇게 한 해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고 병들어서 죽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이 죽은 이후가 아닌 살아있는 가운데 그 곁에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저는 정의당이 진정으로 빛나는 순간은 우리가 서있어야 하는 자리에 우리가 서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의 수많은 배제된 사람들, 수많은 투명인간들의 곁에 우리가 서 있어야 하며, 그 자리, 정의당은 그 자리에서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의당 혁신위원회의 소명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그 소명은 당원분들께 그리고 정의당을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는 수많은 동료 시민들에게 정의당을 통한 세상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혁신이라고 때로는 뼈아프기도 할 것이지만 때로는 열정을 일으키기도 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토론의 장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앞으로 이 당을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혁신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던 것을 아프지만 꺼내어 놓고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을 위해 우리의 남은 여력을 쏟는 것일 것입니다.      

  이 과정 속에 변화에 대한 열망과 열정 또한 있겠지만 고통과 혼란 또한 수반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통해 이 당을 어떻게 함께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정기 당대회에 안건을 제출하기 위한 형식의 자리를 넘어 당원들의 역동성을 끌어내고 시민들과 소통하며 당의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천적 실행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정의당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염원하며 얼마든지 함께할 수많은 동료들이 있음을, 그 가능성을 믿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혁신위원회 최종적으로는 혁신위원회의 결과물을 문서로 제출하게 될 것입니다. 문서를 제작하는 과정 중에도 토론을 진행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야겠지만, 최종적으로 혁신위원회의 혁신 안이라고 하는 제대로 된 문서가 나오고 이후 당원들의 행위 양식이 바뀔 수 있는 지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마구마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과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앞으로 어떻게 가자고 하는 것이 나와야 합니다. 현재 정의당의 혁신과 관련하여 단편적인 이야기들은 많습니다. 혁신위원회에 대한 말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혁신위원회의 운영에 대한 제안부터 우리 당이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 또한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중에 쏟아지는 이야기들 중에 혁신위원회가 어떤 이야기를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수렴하고 보다 구체화시킬 것인지 정리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내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의견그룹을 포함한 활동가, 당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제안들이 나와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혁신위원회의 역할은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다양한 주체들에게 당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본인들이 생각하는 혁신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공론의 장을 혁신위원회가 어떻게 형성하게 할 것인가가 혁신위원회의 가장 첫 미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혁신위원회의 정체성을 묻습니다. : 우리는 왜 구성되었습니까?


진보정당의 역사, 혁신 그 가운데(매우 주관적인 서술임을 밝힙니다.)     

  진보정당의 역사 아래에서 우리는 몇 차례의 혁신의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의 탄생입니다. 흩어져 있던 사회운동 세력과 민주노조를 각고의 노력 끝에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정치권력으로 발돋움하게 한 것. 이는 대한민국 진보정당사에 큰 줄기의 시작이며, 혁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008년 1월에 출범한 소위 말해지는 ‘심상정 비대위’가 그것입니다. 당시 심상정 비대위는 ‘제2 창당’을 결의하며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활동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비대위의 결과물인 ‘심상정 혁신안’은 바로 다음 달 2월 3일 임시 당 대회를 통해 부결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분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심상정을 비롯한 ‘혁신파’는 민주노동당을 나와 진보신당을 창당하였습니다. 진보신당을 결성하였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과 민주노총은 2011년 1월 진보정당 통합을 논의하였습니다. 이 또한 진보정당의 혁신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2011년 11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통합을 선언했고 통합진보당이 탄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진 통합진보당은 2012년 3월 창당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있어서 부정 경선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진보 대통합’의 결과 또한 분당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2012년 10월 초대 당대표를 고 노회찬 의원으로 한 진보정의당이 탄생하였고, 2013년 7월 당원 총투표를 통해 지금의 이름 ‘정의당’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 4자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이 또한 한차례의 혁신의 과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구성하고 있는 혁신위원회의 구성은 2012년 정의당 창당 이래 8년 만에 처음으로 그리고 진보정당의 역사 가운데 7번째 혁신의 과정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혁신의 과정은 유의미하기도 했지만 매우 뼈아프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분당과 네 번의 통합의 과정이 지금까지 진보정당의 혁신의 과정이었고 결과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왜 구성되었습니까?      


  어떤 조직이든 혁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일정 정도의 비상상황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선거 결과가 될 수 도 있으며, 당의 노선을 둘러싼 갈등일 수도 있고, 지역과 중앙의 갈등일 수도 있습니다. 그 무엇이 되었든 지금 우리는 우리의 상태가 문제적 상태라고 하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혁신의 가장 첫 과제는 우리는 왜 구성되었으며, 무엇이 문제이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할 수 있는가를 규정하는 것이 첫 과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혁신위원회의 역할은 너무나도 많지만 제한된 기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약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위가 해야 하는 일은 이후의 정의당에 지금의 혁신의 과정을 계속해서 지속시킬 단단한 기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만약 우리가 이 혁신의 과정에 실패한다고 하여 분당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욱 비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무기력’입니다.    

 

3. 정의당이 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     


3번의 분당과 4번의 통합의 과정을 몸으로 부딪히며 세월을 관통해온 이들은 제가 느끼기에 지쳐버렸습니다. 정의당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비관합니다. 특히 21대 선거가 끝난 이후 지역에서 후보로 뛰었던 이들의 낙담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무기력은 앞으로의 희망과 비전을 말하는 데에 주저함으로 다가옵니다. 선거 이후 지역구 후보들이 토로해 내는 다양한 언어들을 불평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들 가운데에 우리의 역량을 확인해야 하며,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나가자는 절실함을 갖고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21대 총선의 결과를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절반의 성공은 정당의 안정화입니다. 지난 총선에 대비하여 100만 명의 시민들이 우리를 지지해주었다는 고무적인 결과와 함께, 선거제도 개선과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지역구 절반 이상 출마라고 하는 목표는 의회권력에 더욱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과 지역의 선거구도에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파이를 늘려가고자 했던 정의당의 정치적 전망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반의 실패는 제도의 개선과 외적 성장의 지표는 우리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은 위성정당과 함께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양당구조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지역구의 후보들의 성적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6석이라고 하는 의석수는 우리가 결과적으로 낙담하기에 충분한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정의당의 활동 당원들의 숫자는 점점 적어지고 있고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시기에 질과 양 모두가 부족했던 시점에서 둘 다를 한꺼번에 일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는 양적인 측면을 보강할 필요가 불가피했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보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이후에는 질적 측면과 양적 측면 모두에 고민의 깊이를 더해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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