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열차, 추락하는 안전

그리스 열차 사고가 던진 경고

by 권설아

2023년 2월 28일, 그리스의 밤은 비극으로 물들었다. 축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객 열차가 화물 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날 밤 그리스 전역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사고는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예견된 재앙이었다. 그리스 열차 사고는 우리에게 무언가 중요한 것을 경고하고 있다.


예고된 재앙: 무너진 신호 시스템


사고 당시 여객 열차는 시속 150km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서 화물 열차가 마주 오고 있다는 사실을 열차 운전사는 알지 못했다. 신호 시스템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고, 경고음은 울리지 않았다. 결국 두 열차는 그대로 충돌했고, 1호 객차는 불길에 휩싸였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불에 휩싸여야 했다.


그리스 철도노조는 사고 발생 약 3주 전, 철도 안전 시스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호 시스템이 낡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들의 경고는 무시되었고, 결국 참사가 발생했다. 노후화된 철도 시스템과 그에 대한 무관심이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수익이 우선, 안전은 뒷전: 민영화의 그늘


그리스 철도는 한때 국영 기업이었지만, 경제 위기를 겪으며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2017년, 이탈리아 기업에 인수된 이후 철도 운영은 민영 기업의 손에 맡겨졌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그리스 철도는 유럽에서 열차 운행 킬로미터당 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 안전보다는 수익 창출이 우선시 되는 구조에서, 철도 시스템의 노후화와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사고 직후, 그리스 전역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와 민영 철도 회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너희들의 수익, 우리의 죽음이다!"라는 구호는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를 대변했다. 철도 안전을 위한 투자가 미뤄지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체제 속에서 시민들의 생명은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 이 사고는 민영화의 그늘 아래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철도, 안전한가?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철도차량 고장은 총 581건에 달했다. 그중 대부분이 부품 불량과 노후화로 인한 것이었다. 철도차량이 시속 150km에서 320km까지 달리는 상황에서, 작은 결함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열차 납품이 늦어지면서, 노후 차량은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특히 고속열차뿐만 아니라 지하철도 노후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지하철의 약 66%가 20년 이상 사용된 차량으로, 잦은 고장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안전을 위한 가외성: 더 이상의 희생은 없다


그리스 열차 사고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긴다. 안전은 결코 가성비로 논할 수 없는 문제다. 철도 시스템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외성, 즉 중복된 안전장치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산 절감과 효율성을 우선시하다 보면, 결국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가외성은 재난 시에 오히려 부족할 수 있는 자원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철도 안전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더 이상 수익만을 추구하는 구조에서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에서 일어난 비극이 우리에게도 닥치지 않도록, 지금 바로 우리의 철도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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