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으로 장난친 대가

모리나가 비소우유 사건

by 권설아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천벌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저 속담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 있다. 1955년, 일본의 오카야마현에서 일어난 모리나가 비소우유 사건은 무고한 아기들의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식품 재난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가 먹는 것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아이들의 분유에 숨겨진 죽음: 일본을 덮친 괴질의 정체


1955년 여름, 일본 오카야마현 일대의 영유아들 사이에서 정체불명의 괴질이 퍼지기 시작했다. 발열, 구토, 기침, 설사로 시작된 증상은 피부 발진, 복부 팽만, 빈혈로 이어졌고, 심한 경우 황달과 경련성 발작 끝에 목숨을 잃는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이 괴질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유아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그해에만 130명의 어린 생명이 희생되고, 13,000명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분유였다.


저렴한 선택의 대가: 비소가 섞인 분유의 충격적 진실


이 끔찍한 사건의 중심에는 일본의 대형 제과업체 모리나가가 있었다. 이 회사는 1953년부터 분유의 용해도를 높이기 위해 디소듐포스페이트라는 화학 물질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순도 높은 제품이 사용되었지만, 경제적 이유로 순도가 낮은 공업용 디소듐포스페이트가 대량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저렴한 첨가물에 다량의 비소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것이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그대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1955년 도쿠시마 공장에서 제조된 분유에 다량의 비소가 첨가되었고, 이를 섭취한 영유아들이 비소에 중독되었다. 분유에 포함된 비소는 그들의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수많은 가정이 비극에 빠졌다.


늦게 밝혀진 진실: 고통받는 아이들과 무책임한 기업


이 비극적인 사건은 오카야마 대학의 세노 교수가 모리나가 분유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55년 8월 24일, 후생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에게 보고되며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발표에 따르면, 비소 중독으로 인해 신경계와 장기에 문제가 생긴 피해자가 13,000명에 달했고, 그중 13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것은, 모리나가 측이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권리가 거의 없던 당시, 기업은 보상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고, 정부 또한 기업을 비호하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결국,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14년 만에 다시 불붙은 사건: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외침


14년이 지난 후,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사카 대학의 마루야마 히로시 교수는 여전히 피해자들에게 후유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는 일본 공중 보건 회의에서 발표되면서 사건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부모들은 모리나가를 상대로 법적 투쟁과 보이콧 운동을 벌였고, 이를 통해 모리나가는 피해자 구제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첫 재판에서 모리나가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서, 모리나가는 결국 책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모리나가 제품에 대한 불신은 서일본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불매 운동은 일본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되었다.


끝나지 않은 고통: 비소 중독의 후유증과 그 여파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뇌성 마비, 지적 장애, 간질, 정신 장애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겪으며 살아가야 했다. 2014년 기준으로도 약 730명이 여전히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이 사건은 단순히 과거의 일로 치부될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다.


사건 이후의 변화: 기업과 정부의 책임


이 사건 이후, 모리나가는 분유 생산을 중단하고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1973년에는 ‘모리나가 우유중독 아동 보호 협회’가 설립되었고, 이후 ‘히카리 협회’로 이름을 바꿔 피해자 구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모리나가는 피해자들에게 영구적인 구제를 제공하기로 합의하였으며, 현재도 구호 프로젝트를 통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모리나가는 사건 이후 신입사원들에게 식품안전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과정이 너무도 힘들어 조기퇴직자가 나올 정도라는 이야기가 전해질 만큼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먹는 것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


이 사건은 우리에게 먹는 것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식품 안전은 단순히 법적 규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경각심과 기업의 윤리의식이 함께해야 비로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식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적극 활용하여 안전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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