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노스리지 지진이 남긴 치명적인 흔적
지진,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서운 경고다. 1994년 1월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퍼난도 밸리에서 발생한 노스리지 지진은 그 경고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지진은 단 20초 만에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57명의 목숨을 빼앗고, 9천여 명에게 부상을 입힌 이 지진은 미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1994년 1월 17일 오전 4시 30분, 도시가 잠들어 있던 그 순간, 노스리지 지진은 그야말로 기습처럼 도시를 덮쳤다. 순간 규모 6.7의 강력한 진동이 도시를 흔들었고, 불과 20초 만에 수많은 건물들이 붕괴했다. 그 충격은 로스앤젤레스뿐만 아니라 샌디에이고, 라스베이거스, 피닉스까지도 전해졌고, 도시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이 지진은 단순히 땅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수천 번의 여진이 뒤따랐다. 첫 번째 여진은 지진 발생 1분 후, 두 번째 여진은 11시간 후 발생하며 규모 6.0에 달하는 강력한 진동으로 도시를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의 심장부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길거리로 뛰쳐나와 울부짖었다.
노스리지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의 심장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서쪽 샌퍼난도 밸리와 산타모니카, 할리우드, 시미밸리, 산타클라리타 등 로스앤젤레스의 주요 지역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할리우드의 히스토릭 이집트 극장은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폐쇄되었고, 노스리지 메도우스 아파트 단지는 완전히 붕괴해 16명이 사망했다.
노스리지 패션 센터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주차 구조물이 무너져 큰 피해를 입었으며, 도시 곳곳의 상업용 건물들이 지진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도시의 주요 교통망이었던 10번 고속도로는 완전히 마비되었고, 5번과 14번 고속도로의 뉴홀 패스 인터체인지는 1971년 실마 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해 붕괴되었다.
지진의 여파로 인한 피해는 건물 붕괴뿐만이 아니었다.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가스관이 끊어지며, 도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샌퍼난도 밸리에서는 지하 가스 및 수도관이 파손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화재와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의 재앙이 덮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와 물난리 속에서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의 주요 상수도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수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진 발생 5일 후에도 여전히 4만~6만 명의 사람들이 상수도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시달려야 했다.
노스리지 지진이 남긴 가장 기이한 결과 중 하나는 벤투라 카운티에서 발생한 콕시듐증, 일명 '계곡열'이었다. 이 호흡기 질환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 포자를 흡입해 발생하는데,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인해 포자가 대기 중으로 퍼지면서 대규모 발병이 일어났다. 보고된 203건의 사례 중 3건은 사망으로 이어졌고, 이는 정상 발병률의 1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이 질병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단순히 물리적인 파괴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위험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는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진은 그 산업마저도 멈추게 했다. 지진이 발생한 월요일 새벽, 워너 브라더스의 영화 '머더 인 더 퍼스트'는 진앙지에서 불과 6.4km 떨어진 곳에서 촬영 중이었다. 제작이 중단되었고, 메인 세트는 파괴되었다. 또한, ABC의 인기 드라마 '종합 병원'의 세트도 지진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붕괴되고, 물 피해를 입었다.
웨스 크레이븐의 영화 '뉴 나이트메어'는 지진 발생 한 달 전에 촬영이 완료되었지만, 실제 지진으로 인해 영화의 지진 장면이 더욱 사실적으로 보이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헐리우드도 지진의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노스리지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의 심장을 관통한 치명적인 상처였다. 이 지진 이후, 로스앤젤레스의 생활은 완전히 무너졌고, 인프라 복구에는 수개월이 걸렸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는 진앙지와 가까운 대학으로, 수많은 건물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많은 수업이 임시 구조물로 옮겨졌다. 지진으로 인해 노스리지 메도우 단지에 있던 학생과 주민들이 사망했고, 봄 학기는 2주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이 지진은 또한 여러 법적 변화를 가져왔다. 보험 회사들은 막대한 손실로 인해 지진 보험을 중단하거나 심각하게 제한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최소한의 보장을 제공하는 민간 자금으로 운영되는 캘리포니아 지진 당국(CEA)을 설립했다. 또한, 지진 이후 도로와 교량을 보강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되었으며, 내진 설계 기준도 한층 더 강화되었다.
노스리지 지진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기가 끊기고, 물이 나오지 않으며, 가스가 폭발하는 상황은 단지 몇 시간 만에 도시를 마비시킬 수 있었다. 우리의 생활은 인프라에 깊이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가 재난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연쇄적인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모든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여파는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교훈을 잊지 말고, 핵심 기반 시설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