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진
흑백 조명 아래, 연주자는 등을 돌린 채 무대 위에 멈춰 있다. 조명이 비추는 텅 빈 객석 너머에는 연주가 끝난 여운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다.
사진을 마주한다.
“그때 나는… 당신이 보고 있었던 것도 몰랐어.”
그를 돌아보지도, 붙잡지도 못한 찰나가 스쳐 지나간다. 화려하게 연주하던 순간은 지켜봤을까. 당신은 왜 마지막 사진으로 이 순간을 남긴 걸까. 아무도 없는 적막만이 우리의 공통점인 것처럼.
모든 것이 무너졌던 시간이 스멀스멀 되살아났다.
“투둑— 탁.”
오른손에서 힘이 풀리며 활이 미끄러졌다. 털끝이 갈대처럼 흩어지며 눈부신 조명을 스쳤다. 토할 듯 밀려오는 매스꺼움과 함께 시야가 뿌옇게 번졌다.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울림이 요동쳤다.
결국 3분 50초조차 버티지 못한 채 무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두꺼운 메이크업으로도 가려지지 않던 얼룩진 팔은 끝까지 바이올린을 잡았다. 그것은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 주는 유일한 게 아니었을까.
악기만 봐도 눈물이 났다. 어깨에 악기를 얹고 활을 긋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이제 무대에 설 수 없는 연주자라는 사실이, 나를 조금씩 지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