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Vegan) 요리? 육류, 유제품, 알류, 어패류 등 각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
오월에는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집안일을 살피기 어려웠다. 요리한 적이 손에 꼽아 비건 요리를 먹기도 시원찮았고 집과 일터를 기계적으로 오가다 퇴근하면 자연스레 배달음식을 찾았다. 텃밭에 클로버가 잔뜩 자라는지도 토마토가 무서운 속도로 커가는지도 모르고 마음이 고였다. 이럴 때일수록 요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소를 물에 씻고, 재료를 조리하고 조합하는 과정들을 거쳐 음식을 완성하면 짧지만 온전한 순간을 느낄 수 있다.
후텁지근한 주말에 콩국수가 당겨 두부로 콩물을 만들었다. 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끓는 물에 넣어 데치고 건져낸다. 데친 두부, 캐슈넛, 참깨, 소금, 연두, 매실액을 믹서에 갈고 물을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한다. 소면을 삶고 찬물에 헹궈 그릇에 담는다. 콩물을 따르고 오이, 방울토마토, 얼음을 올린다. 캐슈넛을 넣어 씹는 감이 좋다.
다시마를 물에 불렸다가 길게 채 썬다. 팬에 다시마, 물, 간장, 생강청을 넣고 조린다. 간을 할 때는 반찬으로 먹을 때보다 더 짜고 달게 한다. 파는 총총 썰고 굵은소금을 살짝 넣어 버무려놓는다. 1/4로 자른 돌김에 밥을 펴고 조린 다시마채, 파를 넣어 돌돌 만다. 밥에 아무 간을 하지 않아도 재료에 짠기가 있어 충분하다.
텃밭에 무성하게 자라던 상추, 깻잎, 루꼴라를 따다가 식초물에 씻었다. 파스타 면은 평소 삶는 것보다 몇 분 더 삶고 찬물에 헹군다. 소스는 올리브오일, 레몬즙, 발사믹식초, 아가베시럽, 연두,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들었다. 채소를 겹겹이 쌓고 돌돌 말아 채 썰고, 양파도 썬다. 면 위에 채소를 듬뿍 올리고 소스를 붓는다. 더운 날에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