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들의 행진: 퍼져나가는 딸기와 곧게 자라는 옥수수

by 설빈

지난 이야기


풀씨들의 텃밭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수도가 들어왔고 모종을 심고 지지대를 세웠다. 텃밭의 테두리에 보도블록을 두 장씩 놓는 일을 마무리했고 다니는 길마다 솔잎을 더했다. 아이들과 매일 만나 밭 만들기 작업을 하다가 얼마 전에 모임 주기를 일주일에 한 번씩으로 바꾸었다. 매일 출석이 습관인 몇몇 아이들은 매 점심마다 와서 장갑부터 낀다. 동아리원이 아닌 일일 알바들도 자주 와서 매일 알바로 승진했다.


행정실 강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도를 설치했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느릅나무는 지킴이 선생님께 분양했다. 느릅나무껍질이 상처 치료에 좋다고 한다. 3월만 해도 장갑이며 호미며 도구들을 챙겨 다녔는데 보관함을 설치한 이후로는 도구를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수돗가와 텃밭은 보도블록으로 길을 이어놓았다.


물 주는 도구도 물뿌리개에서 고급 물분사기로 진화했다. 텃밭에서 한참 먼 급수대에서 물을 긷다가 수도가 설치되니 물 주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하루 날을 잡고 모종 여러 가지를 심었다. 로즈마리는 텃밭의 정가운데에 두었다. 지금은 작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순식간에 몸집을 키워갈 것 같다. 미리 묻어둔 딸기들이 줄기를 뻗어나가니 원의 형태가 선명해지고 있다.


안쪽 구역에는 골든레몬타임, 라벤더, 로메인상추, 루꼴라를 심었다. 허브류로는 에센셜 오일을 만들어 치유 프로그램에 활용해보려고 하고, 로메인 상추와 루꼴라는 아이들과 비건 요리를 만들 때 쓸 계획이다.


가장자리 구역에는 지지대를 세우는 작물인 방울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를 심었다. 농자재에서 끈을 사놓고 작물이 크면 묶어주려고 했는데, 고 선생님이 끈보다 다이소 원예용 집게가 낫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 길로 다이소에 갔더니 중형 식물 원예용 집게가 달랑 한 봉지뿐이어서 우리 텃밭에 쓰려면 앞으로 자주 들러야 한다.


원형 텃밭을 디자인하고 남는 구역에는 일자로 초당옥수수를 심었다. 자색 찰옥수수는 씨앗만 있어서 따로 파종했다. 운이 안 좋으면 비둘기가 씨앗을 쏙쏙 골라 먹는다고 하는데 다행히 80프로 이상은 성공한 듯싶다. 이미 심어둔 작물들과 섞어짓기 할 바질, 깻잎, 강낭콩도 파종했다. 모두 싹이 튼튼해지면 옮겨 심을 예정이다.


고된 텃밭 만들기 작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그동안을 되돌아보는 활동지를 작성했다.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마음이 갔던 작물에 대해서 물었다. 한 아이가 '퍼져나가는 딸기와 곧게 자라는 옥수수'라고 하고 그 이유를 '우리의 성장과 닮아있는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쑥쑥 자라나는 작물들에 자기의 생을 빗대어보고 있다.


아이들 개개인별로 1학기 탐구실천 주제를 정하기로 했다. 자신의 관심사와 자연을 연결 지어 보고, 흥미 있는 주제를 정해 한 학기 동안 탐구하고 실천해 볼 예정이다. 텃밭 가꾸기가 좋으면 자라나는 작물을 탐구해보고, 경제활동을 해보고 싶으면 상품을 만들어보고, 꽃밭도 만들고 연못도 만들고. 풀씨 아이들도 씩씩하게 퍼져나가고 곧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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