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요리 기록 - 십이월

by 설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비건(Vegan) 요리? 육류, 유제품, 알류, 어패류 등 각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요리


새해에 이사를 가게 되어 이 주방에서의 기록은 이번 달로 끝이다. 마지막 달이니만큼 요리 기록을 잘 채우고 싶었는데 잠을 설치고 입맛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이삿짐을 다 싸놓고 단출한 살림으로 생활하고 있다. 일주일 치 입을 옷들, 냄비 한 개와 압력밥솥, 그릇 두 개, 세면도구와 수건 몇 장……. 간소하게 사는 며칠 동안 한가득 포장된 박스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뭘 채우고 싶어서 저렇게 많은 물건을 갖게 된 걸까. 물건은 여전히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재작년 여름부터 매달 세 번 이상 집에서 비건 요리를 해 먹자는 다짐을 이어왔지만 난 비건이 아니다. 잠깐 비건 요리를 한다고 식습관이 삶 전반에까지 확장되지는 않았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비건인지 아닌지 구분할 줄 알게 되었고 식사를 대접할 때 몇 개의 비건 레시피가 떠오르는 정도다.


비건 요리 기록을 이어갈수록 비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여러 가게에 비건 옵션 메뉴들이 점차 늘어남에도 비건이 감내해야 할 제약들은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 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생기면 좋겠다. 생긴 대로 살면서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ㅣ표고버섯볶음

순대볶음 양념에 표고버섯이 주인공인 요리다. 양념장은 들깻가루, 고추장, 간장, 매실청, 연두, 참기름, 마늘을 섞어 만들었다. 여기에 가끔 된장을 섞기도 한다. 양파와 표고버섯은 큼직하게 썰고 쪽파도 숭덩숭덩 썬다. 조리하기 전에 양념장과 채소를 미리 버무려 두면 채소에 간이 밴다. 냄비에 참기름과 마늘을 넣어 먼저 볶다가 버무려둔 것과 물을 더해 끓인다. 깻잎은 마지막에 썰어 올린다.


ㅣ고구마팥찰밥

팥은 반나절 불린다. 냄비에 물과 팥을 넣고 물이 팔팔 끓으면 첫물은 따라내고 두 번째 삶을 때는 소금을 넣어 끓인다. 팥 삶은 물은 밥 지을 때 더한다. 찹쌀은 10분 정도 불리고 평상시보다 물을 적게 잡았다. 고구마는 밥 지을 때 익을 만큼 두께로 어림잡아 썰었다.


ㅣ캐슈넛들깨수제비

비건 요리를 시도하면서 놀라웠던 요리는 줄리안의 캐슈떡국이다. 사골 대신 캐슈넛으로 떡국을 만드는 것인데, 캐슈넛을 불려 부드럽게 갈고 끓이면 된다. 여기에 들깻가루와 수제비를 더하고 간은 연두로만 했다. 간단하면서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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