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에서 고통 받는 날 발견하다.

by 서고독

뷔페.

오랜만에 한식 뷔페에 갔다.

오이무침, 열무김치, 취나물 같은 나물 반찬부터
코다리 조림 같은 메인 요리,
어디든 빠지면 섭섭한 냉동 돈까스,
그리고 괜히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은 양배추 샐러드까지.

인간답게 모든 것을 조금씩 담아 맛보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흐름으로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종류도, 양도 너무 많았다.

밥 한입에 반찬 한입.
정리와 맥락을 찾으려 하니
오히려 식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내 앞에 놓인 양조차 벅찼고,
부족하다면 끝없이 더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마저
버겁게 느껴졌다.

나에게 맞는 맛, 양, 순서를 찾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곳이었다.

누군가는 "그냥 생각 없이 먹으면 되지 않냐"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 마음속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나는 언어로 친절히 풀어낼 뿐이다.

당신이 당신을 모르기에
나처럼 느끼지 못할 뿐이다.
잘 생각해보면, 당신도 알 수 있다.

뷔페는 책임질 것이 많은 곳이었다.
인간의 무한함을 자극하기에
그만큼 고통을 주는 곳이기도 했다.



뷔페만 그러할까.
이 세상에 펼쳐진 모든 것은 참으로 무한하다.

처음 들어가는 뷔페의 메뉴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나에게 맞는 알맞은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을 어떻게 매번 예측하며 알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불확실한, 무한한 현재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진정 나를 위한 것을 알 수 있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무한하기에 우리는 불안을 느끼고, 그래서 무언가를 붙잡아 안정을 취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붙든 것은 세상을 왜곡하고, 내가 있는 이 순간을 가려낸다.
돈, 명예, 권력, 식탐… 그것들에 빠질수록 지금이라는 순간은 사라진다.



뷔페는 하나의 세상이었다.

각자는 저마다의 해석을 가지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잔뜩 담아 배부르게 먹고 무한히 남겨버린다.
또 누군가는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며, 스스로에게 맞는 균형과 조화를 찾아간다.

둘 다 서로를 이해한다 생각하며 살아가겠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의 차이, 마음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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