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9일
눈 뜨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분명히 있었다.
검붉고 시끄러웠던 시간,
시멘트로 켜켜이 덮어 둔 시간들이.
손잡이 없는 방을 만들어 지워야 할 시간을 버렸다.
하지만 틈틈이 닫힌 문이 열리곤 했다.
매번 저절로 닫히길 바랐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문을 닫기 위해 그 앞에 서야만 했다.
빼꼼히 열린 문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입술 꼭 붙인 채 문을 잡았다.
왼쪽 눈은 문 안을 향하고,
오른쪽 눈은 문 밖으로 멀리 내달렸다.
사시가 되었다.
어딘가를 보고 있지만,
동시에 같은 곳을 볼 수 없었다.
적당히 살아도 되었다.
큰 문제없이 살았으니 그걸로 그만이었다.
행복이란 환상이다.
사는 건 별 일 아니다.
그런, 시시한 말을 붙들고 지냈다.
아름다운 날들이다.
바다를 푹 떠다 벼린 듯 하늘이 쨍하다.
따끈한 눈에 차가운 바람이 닿는다.
안구 깊은 곳이 시원해지는 느낌.
기온이 떨어질수록 느낌은 눈물이 된다.
늘 깨어있고 싶은 사람이었다.
꼿꼿하게 서서 자고 싶었다.
눈 뜬 채 살고 싶었다.
작은 소리는 물론, 없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날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지나고 보니
몸과 마음은 이미 예민해지고 말았다.
기억하는 삶은 긴장이었다.
이완은 단어로만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