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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04. 2019

뜨거운 과정이 이어지고

2019년 12월 04일

누구의 그림이건 모든 그림엔 마음이 담긴다.




괜찮음을 강요할수록 확실해진다.

어딘가 틀어졌다는 걸.

누구도 모를 싸움이 시작됐다.

차분하게 앉아 가만히 창 밖을 보는 내 마음 안에서.

나와 내가 서로를 밀치고 던지며 힘겨루기를 한다.

치고받고 뒹구는 사이, 대량의 슬픔이 덮쳤다.

슬픔은 우리 눈을 먹고,

코를 자르고 입을 지웠다.

사나운 꼴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나와 나, 슬픔.

우리 셋은 엉망으로 섞였다.

뭉개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격렬히 싸웠다.

그만둘 수 없단 걸 모두 알았다.

끝을 봐야 했다.




괜찮다는 말, 세 번 정도는 해보자.

그래도 마음이 미어진다면 더는 하지 말자.




따뜻한 물에 머리를 감았다.

플로랄 부케라는 희한한 합성향이 욕실을 꽉 채웠다.

뒷목과 어깨의 긴장이 풀렸다.

따뜻하다, 좋다, 좋다 하더니 눈물이 났다.

당황했지만 예상했던 것 같다.

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으니까.

천천히 쪼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을 등줄기에 뿌리며.

듣는 이 없는데도 숨죽여 울었다.

짐승 앓는 소리가 났다.

욕실은 동굴이 되었다.


우는 일이 어설펐다.

이보다 쉬운 일 어딨다고.

욕실 가득 수증기가 찼다.

발가락 사이로 김을 내며 물이 흘렀다.

왼손으로 샤워기를 들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과 입에 따뜻한 물이 들었다.

젖은 얼굴 위로 눈물이 났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눈물 없는 울음이었다고 한들 어떤가.

울었으니 됐다.

왜 울었냐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된 거다.

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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