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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으로 우는 시간
2020년 1월 14일
그냥 살아지는 것
by
설레다
Jan 14. 2020
적당한 소음이 있는, 알맞은 고요.
그 고요가 참 좋다.
예측 가능한 범위의 소음이 주는 안정감.
쿠르르르쿠륵-물 끓는 소리.
쭈로로록-도자기 잔에 물이 차오르는 소리.
또옥똑-마지막 찻물 떨어지는 소리.
스읍사압-도톰한 실내화가 바닥에 스치는 소리.
정수기 모터가 위잉-돌아가는 소리.
짜라락-수저가 건조통에 담기고, 채챙-수저끼리
부딪힌다.
쓰와아-수돗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탁타탁-행주 터는 소리.
안정된 소음 안에서 느끼는 아침의 고요.
고요 가운데에 점처럼 앉아 맞이한 새벽.
그림밥 먹고 사는 사람이 그림 그리는 일을 성실히 하는 게 자랑인가.
청소가 업인 사람이 청소를 열심히 하는 게 자랑인가.
노래 부르는 가수가 노래 연습 착실히 하는 것이 자랑인가 말이다.
자기 일에 있어서 마음을 다하는, 그러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밥벌이 그림 그리다 말고,
내 그림 조금 그리다가 글을 쓴다.
예전엔 이런 시간 배분에 속이 쓰렸다.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다 써야만 한다는 논리였으니.
지금은 그리고 싶은 그림은 그냥 그린다.
그 그림이 꼭 인정을 받고 돈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잊었다.
그리 되면 좋지만 아니라 해도 나 하나 충분히 즐거우니 된 거다.
무엇이든 미리 결과를 정하지 않는 것이 나를 자유케 한다.
살아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모든 게 연습인 것만 같다.
죽음이라는 동일한 결과를 향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연습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인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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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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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치지 않게
저자
<비정규 작가, 예술 근로자, 창작 노동자> 드로잉 실용서와 그림에세이를 여러 권 썼습니다. 인간 내면에 관심이 많아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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