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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Jan 17. 2020

2020년 1월 17일

책임지면 됩니다.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으면 심장이 뛴다.

불만을 품은 이를 상대하는 일은 힘이 든다.

그럴 때면 당장 좋아하는 카페 구석자리로 숨고 싶다.

취기 오를 만큼의 술을 마시고 못 들은 척하고 싶다.

하지만 책임자의 위치라면 책임져야 한다.


말미잘처럼 예민한 사람이라고 해도 먹고살아야 한다.

그 '먹고사니즘'이 촉수를 숨기게 만들었다.

슬프거나 괴로워할 게 뭔가.

그저 상황에 나를 맞추면 된다.


수입이 불안정해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늙어 먹고 살 일에 대한 대비를 했다.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대비.

하지만 규모를 떠나 소유에는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다.

세상사 공짜가 없고 쉬운 일 없다더니 역시 맞는 말이었다.

불편을 겪고 있는 상대의 연락을 받아 사과를 하고 부탁을 하는 동안 손끝이 떨렸다.

나로 인한 불편이던 아니던 당장 할 수 있는 건 상대의 말을 듣는 일이었다.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드는 스트레스지만 '그래도 운이 좋다.'라고 해석한다.

소유로부터 얻는 안도감의 대가이니 그에 상응하는 마음씀이야 당연한 거라고.

아닌 걸 그렇다고 억지로 주입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런 것이니 있는 그대로 생각하자고.


손톱만 하던 간이 콩알만 해진 것도 다 경험 덕분이다.

물론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진 않겠지만.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간다.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집중할 일에 마음 쓰자.



걱정이 생겼다 사라지는 일,

기쁨이 일었다 증발하는 일.

무엇이든 머무는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사라져도 다시 오고

왔지만 사라지고 만다.

매일 예측 불가한 일들이 나고 지는 마음을 안고 산다.



관계에 있어 칼 같이 분명하고 명쾌한 게 있을까.

싫은 면이 있지만 좋은 면이 더 커서 품는다거나

이익이라 해도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 버린다거나.

관계를 끊을까, 이을까 선택하려고 보면 쉽게 결정하지 못할 여러 이유들이 있다.

게다가 이유들 모두 타당하기까지 하고.



심리상담학과에 편입학했다.

혼자 전공서 읽는데 한계를 느꼈다.

졸업 후 대학원 심리학과에 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굳이 석사를 할 이유가 있나 싶고.

일단 편입학 졸업이나 잘 하자.

돈이 빠듯하니 무조건 장학생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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