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자신이 희미해진다고 느껴질 때면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고양이 목덜미에 귀를 붙인 채 깊은 숨소리를 듣는다.
고양이의 숨소리, 보드라운 털, 따뜻한 냄새,...
그 모든 걸 느끼는 자신을 감각하며 비로소 여전히 존재함을 느낀다.
안정감을 느낀다.
가을이 깊어간다.
묵직해진 계절을 견디지 못한 잎사귀들이 지천에 나뒹군다.
열매는 있는 힘껏 줄기를 끌어당겨 가지가 휙휙 쳐진다.
한 나무에 다양한 생과 사가 있다.
바람이 산뜻하다.
맞잡은 손에 힘이 없다.
바스러져 가는 계절 위에 나도 얹어 보내고 싶은 마음.
죽고 싶단 말은 빈틈 많고 추상적이지만,
딱히 그 말 외에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