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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Oct 27. 2020

대기실 단상

2020년 10월 27일



병원 대기실 구석에 앉았다.

읽던 책을 덮고 대기실을 둘러봤다.

접수대를 오가는 이들이 지난날과 다가올 날을 보여주는 것 같다.

너와 내가 서로 철저히 분리된 채 뒤섞여있고,

정신없는 가운데 무심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욕망이란 그런 걸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바라는 것,

영원히 산다거나 모두에게 사랑받길 원하는 일,

엉뚱한 사람을 자신이라고 믿고 싶은 환상을 현실화하려는 바람 같은 것 말이다.

빈번하게 좌절되어 죽어가는 욕망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을 못살게 구는 일도 포함해서.



잘 지내냐는 말에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나는 불현듯 낯을 데었다.

그녀는 금세 희게 식은 얼굴이 되어 내 손을 잡았다.

긴 속눈썹이 눈물에 젖어 눈가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었다.

데인 낯이 쓰렸다.

그녀의 번들거리는 눈가를 볼수록 더욱 그랬다.

어떤 아픔이었는지 애매한 채로 며칠이 흘렀다.

잘 지내냐는 말이 누군가에겐 위험한 말이라는 걸 알았다.

또한 나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어,라고 대답하기엔 빤한 거짓말이고

엉망이야,라고 말하는 건 서로 부담스럽기 짝이 없으니.

어정쩡한 마음이 눈물을 터뜨려 견디기 괴로운 부조리를 외면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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