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레다 Nov 28. 2020

우울이 지나간 늦은 오후

2020년 11월 28일


늦은 오후, 산책길.

차갑고 작고 단단한 우울주웠다.

손가락으로 굴리며 갖고 놀다가 주머니에 넣고선

한 손 가득, 가볍게 움켜쥐었다.

주머니로 떨어트리다가 쥐어보며 손장난을 했다.

산책 끝무렵 우울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얼핏 손바닥보다 따뜻한 것 같기도 했는데,

그 순간 견디기 힘든 역겨움이 솟구쳤다.

살갑게 주무르던 우울이 마치 오물이라도 된 듯

사납게 집어 주머니 밖으로 던져버렸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우울은

길바닥을 이리저리 뒹굴다

다시 단단하고 차가운 제모습으로 돌아갔다.


산책은 끝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핍과 사랑 사이의 목격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