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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다 Dec 19. 2020

주저하는 인간

2020년 12월 19일


혼자되기를 원할수록

함께 하기를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오래 혼자였기에 모서리 모양으로 굳어 있는 나를

누군가 적극적으로 발굴해주기를-

더불어 고대 유물 다루듯

매우 섬세하게 아껴주기를 말이다.


빛이 들수록 더욱 어두워졌다.

등 돌리지 않고 빛을 응시하며 뒷걸음질 쳤다.

따뜻하고 보드랍고 향긋할 것 같은 빛,

그에 닿기를 소망하면서도

그로 인해 소멸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멀리 보니 아름답던 빛은

가까이 갈수록 눈썹을 태우고 탄내를 풍겼다.

빛으로 서서히 물들기보다

단번에 타버릴 것 같은 불안이 일었다.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빛을 찾아다니며 그 앞에 앉아 응달을 만들었다.

좋다, 좋다 하면서도 만질 수 없었다.

끌어안을 기회는 종종 있었지만 그럴 수 없게끔 일이 틀어지게 만들었다.


그랬다.

두려우면서도 애정 하고,

시기하면서도 동경했다.

좌절과 희망을 반복하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마지막이다 생각하는 때엔 늘 기대가 생겼다.


위성이 되었다.

항성이 되고 싶었지만.

빛을 목격한 그때부터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랬다.

시시때때로 바람이 생기고

희망을 품으며 힘껏

내달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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