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어느 날부터, 기술보다 빠른 것들과 살게 됐다. 기술은 업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천천히 오는데, 분위기는 알림처럼 즉시 온다. 화면을 내리면 “SaaS는 죽었다”가 먼저 뜨고, 다음 장면에는 누군가가 “에이전트가 다 대체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문장이 붙는다. “지금 안 하면 끝.”
공포는 논리보다 먼저 도착한다. 공포는 설명하지 않아도 퍼진다. 공포는 “당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목적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불안에 반응하기’를 배웠다. 누군가는 모델을 비교했고, 누군가는 프롬프트를 수집했고, 누군가는 방법론이라는 단어들에 매달렸다. 그리고 그 모든 행동의 밑바닥에는 같은 질문이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쓸모없어지면 어떡하지?”
하지만 현실에서 돈이 흐르는 방식은, 공포가 말해주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다. AI는 돈을 하늘에서 만들어내지 않는다. 대신 AI는 돈이 새는 구멍을 막는다. 시간이 새는 구멍, 외주비가 새는 구멍, 리드타임이 새는 구멍, 실수로 새는 신뢰의 구멍. 그래서 AI는 “돈을 벌어오는 능력”이기보다 “돈이 남게 하는 도구”로 더 자주 쓰인다. 문제를 풀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 방식으로 돈을 번다. 그들은 AI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자신이 막아낸 구멍을 보여준다.
“프롬프트를 잘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그 말이 함정이 되는 순간이 있다. 프롬프트는 이제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시피는 널려 있고, 요리법은 공유된다. 프롬프트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나만의 식당이 생기지 않는다. 식당을 만드는 건, 결국 “무엇을 팔 것인가”다. 무엇을 팔 것인가는 “무슨 모델을 쓰는가”가 아니라 “무슨 문제를 푸는가”에서 결정된다.
“방법론을 잘 써야 한다”는 말도 맞다. 그런데 현실에서 방법론은 신앙이 아니라 생활이다. 회사마다 결재가 다르고, 책임이 다르고, 속도가 다르고, 협업이 다르다. 어떤 팀은 문서 한 장이 세상을 바꾸고, 어떤 팀은 메신저 한 줄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방법론은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현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합의한 언어다. 그러니 정답을 찾으려 할수록, 우리는 더 깊이 헤맨다. 정답은 없다. 대신 “우리 팀이 통과해야 하는 현실”은 있다.
에이전트를 수십 개 돌린다는 말은 멋있다. 하지만 그것이 멋있기만 하다면, 그것은 실전이 아니다. 실전은 유지가 붙는다. 실전은 검증이 붙는다. 실전은 권한과 로그와 예외의 목록이 붙는다. 자동화는 자동 실행이 아니라, 자동 검증을 가질 때 비로소 자동화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화는 자동 사고가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종종 ‘사고의 가능성’을 ‘보안의 공포’라는 이름으로 한 덩어리로 뭉쳐서 두려워한다. 하지만 보안은 한 번에 끝나는 문장이 아니라, 층층이 쌓는 습관이다. 정책, 권한, 기록, 책임. 그것은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중요했고, AI가 등장한 뒤에는 더 중요해졌다.
“모델이 뭐가 더 좋냐”는 질문은 결국 ‘비교’의 질문이다. 비교는 쉬운 일이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은 비교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비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결과는 ‘설계’에서 나온다. 어떤 사람은 같은 모델로도 결과를 만든다. 어떤 사람은 더 좋은 모델을 써도 헤맨다. 그 차이는 모델이 아니라, 문제를 쪼개는 방식과 검증하는 습관이다. 그래서 나는 모델보다 하네스를 먼저 말하고 싶다. 하네스는 핸들이다.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핸들이 없으면 벽을 친다. 핸들이 있으면, 엔진이 조금 부족해도 길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에 있다. 한국은 과열된 곳이 아니라, 느린 곳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적용이 부족한 곳이다. 현장에는 아직도 엑셀 복붙이 있고, 반복 보고서가 있고, 승인과 결재가 있고, 레거시가 있다. 그래서 한국은 “SaaS가 죽나?”를 걱정하기 전에, “우리는 아직도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나?”를 물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질문이 한국을 기회의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반복이 많은 곳에는 자동화의 여지가 많고, 자동화의 여지가 많은 곳에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 많다.
컨설팅과 강의가 비싸고 어렵다는 말은, 사실 아주 솔직한 고백이다.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시작을 더 작게 만들고 싶다. AI는 학문이 아니라 대화다. 하나씩 하나씩 AI와 대화하며 지식이 넓어지는 순간, 그 순간이 중요하다. 오늘의 질문이 내일의 템플릿이 되고, 내일의 템플릿이 다음 주의 절감을 만든다. 그때 AI는 ‘공부’가 아니라 ‘동료’가 된다. AI는 공부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파트너다. 
도구는 바뀐다. 모델도 바뀐다. 유행도 바뀐다.
하지만 문제는 남는다. 그리고 문제를 끝까지 파는 사람은, 결국 돈을 번다.
공포가 아니라 문제를 보자. 비교가 아니라 설계를 하자.
우리가 이길 싸움은 기술이 아니라 분위기다. 그리고 분위기는, 해결된 문제 앞에서 힘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