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Young하고 MZ하니까.
22년 12월 28일 나는 현재 육아 휴가중이다. 나는 다음을 나아가기 위해 이직 준비를 새해 목표로 설정했다.
이직한지 이제 1년하고 3개월이 지났다. 이번 회사에서 나는 개발,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모든 부분에서 많이 성장했다. 업무적 퍼포먼스도 스스로 만족할 만큼 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동료들이 나와 함께 하고 싶은 많은 좋은 경험도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왜 또 다시 이직 준비를 하고 있을까? 프로 이직러인 나는 벌써 7년의 경력 기간동안 5개의 회사를 다녔는데 왜 한군데에 정착하지 못할까? 이직 하는것이 진정 Young하고 MZ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나는 단지 Young하고 MZ하기 위해 멋있으려고, 좋은 회사에 가려고, 연봉을 올리려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지금의 시장은 아주 추운 겨울이 와서 채용이 많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지금의 직장이 너무 좋은 문화와 대접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음으로 나아가고 싶다.
처음 이 회사에 면접을 보았을때가 생각이 난다. 몇몇 큰 기업 2곳과 성장이 빠른 스타트업 1곳을 합격하고 고심하던 때였다. 내가 영향을 많이 받은 존경하는 분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정말 스스로가 개발을 하고싶은지, 사업을 하고싶은지 치열한 스타트업에서 도전해보라.'였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대우와 보상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업들만 있는게 아니라고,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 이후 나는 도전을 하고 있는 몇몇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면접을 보러 다녔다.
이 회사는 1차 면접에서 부터 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자신들이 진행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내가 가진 블록체인 경험과, 처음부터 블록체인 개발 시장에서 런칭까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원 면접이였던 2차 면접에서는 나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단순한 개발을 넘어 회사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 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 할 수 있는 프로덕트 개발까지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존경하는 분이 이야기 했던 나의 능력과 사업 역량도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주 주말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다음 주 바로 출근했다.
이 회사에서 나는 주어진 업무를 모두 최선의 선택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많은 업계 사람들이 인정해 주었고, 나를 거쳐간 분들이 계속해서 좋아 해주며, 워킹홀릭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동분서주 하며 개발과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했다. 고정적 수입이 날 수 있는 사업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다음 스텝을 만드는 세가지 비즈니스의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 세가지 비즈니스에서 도전을 넘어 결과와 매출까지 만들어 냈으며, 동시에 업계 전반적인 평판도 업그레이드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팀 내에서는 팀장으로써 주니어들을 일 잘 할수 있는, 스스로 성장을 갈구하는 팀원들로 키워냈고, 커지는 업무들에 필요로 하는 적재 적소에 시니어들을 영입하여 같이 일하고 싶도록 동기부여도 만들어 냈으며, 그들이 함께 힘을 모아 자기 주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팀으로 성장시켰다. 우리 팀은 자랑이지만 서로 팀에 도움이 될 일이 없는지 소통하고, 업무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낼지, 어떤 업무들이 최고의 Outcomes를 보여 줄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시간을 관리하도록 합이 잘 맞는 팀으로 성장시켰다. HR 관계자는 우리 팀이 회사 내에서 가장 이상적인 팀이며, 너무 화목하고 즐거운 팀이라고도 이야기 했다.
내 업무의 역할이 개발, PM을 넘어 Product Owner의 영역까지 가지고 가고 책임과 권한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많은 서적과 강의 그리고 프로젝트를 통해 PO 공부도 겸했다. 최근 마지막으로 경험한 퓨처플레이의 PO Sprint를 통해 Kurly 함께 PO로써 큰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나는 다음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회사에서 면접때 이야기 했던 회사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덕트에 대해 진행하고 싶다고 윗선에 이야기 했다.
시장이 바뀌었다. 그동안 일련의 블록체인에 안좋은 사건들로 인해 업계가 전반적으로 가라 앉았다. 마치 2019년 프로젝트를 런칭했던 시기와 비슷했다.
그들의 생각 또한 바뀌었다. 위에 서술한 나의 업무와 개발, 팀의 성장과 성과가 적절한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라고 봐야할지, 팀원들이 진짜 성장한게 맞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때까지 함께 이야기 하고 같이 일하고 결과를 만들어 냈던 사람은 다른곳으로 이동했나 보다. 무언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전을 볼 수 없었다. 23년에 해야할 OKRs와 R&R 설정은 내가 열정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지고 팀원들과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열심히 스타트업 냄새나게 일할 수 있는, 일을 하고싶어 지는 업무들이 아니게 되었다. 회사 매출을 위한 단순 업무들을 비즈니스 고민은 다른 사람이 하면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개발만 하면 되었다.
약속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업계 상황도 상황이고, 내가 그 업무를 잘 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1월에 모든 사람들이 평가와 성과를 논의하는 기간이 있을 것이고, 그 이전에 회사에서 그 평가가 있기 전까지 나의 성과평가는 모른다고 한다.
딱히 배신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전에 더 엄청난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회사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내가 어딘가 마음이 안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며, 나에게서 다음 비전을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회사에서 기대한 내 비전에 내가 못미쳤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시키는 일이라면 언제나 그렇듯 최선의 선택과 최고의 집중을 통해 결과를 어떻게든 만들어 낼 것이다.
나는 그저 나의 다음이 더이상 여기에 있지 않겠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직을 당장 다음주에 진행 해 볼수도 있지만, 몇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다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에는 이직 준비를 계획해본다. 아니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해본다. 그러기 위해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하나씩 글로 써 보고자 하는 것이 첫번째다. 내가 배우고 성장한 경험들이 무조건 옳은 일들만 있기에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것도 나중에 내 커리어 전체에 있어서 크게 후회할 날이 올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결정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행동에 옮겼는지 생각, 마음, 행동을 모두 기록해 후에 되돌아 보고자 한다.
두번째는 다시 내 경력을 복습해본다. CS부터 알고리즘, 블록체인에 이르기 까지 내가 알던, 알고 있는 지식을 정리해보고 복습하려 한다. 나는 면접이 막상 다가오면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늘 면접때 머리가 백지처럼 하얘져서 이야기를 잘 못하곤 했다. 내가 면접관에게 해당 역할을 잘 할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1시간 남짓이다. 그 시간 안에 나는 당신이 참여한 이 면접이, 나를 선택한 그 선택이, 후에 후회없는 최선의 선택이였음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다시 정리하고 공부하고자 한다.
세번째는 영어 공부이다. 꽤나 많은 외국계 기업에서의 일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나에게 주어졌었다. 그때의 나는 '영어는 무슨 영어, 그 시간에 새로운 언어나 하나 더 공부하지.' 하며 도망치곤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본 그 기회들은 어떻게 보면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을 수도 있다. 그런 기회가 주어졌는데 준비가 안되었다면, 그 선택으로 인해 인생에서 큰 후회를 하지 않을까 한다. 매년 영어 공부를 다짐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그 공부를 올해는 꼭 해보겠다.
신년에는 여기에 글을 자주 쓰고 그 글에 나의 생각, 마음, 행동을 담을 것이다. 내 지식을 다시 복습해 볼 것이다. 영어 공부를 할 것이다. 추가로 PO 공부와 영상편집 공부도 해보고 싶다. 이를 통해 개발 유튜브도 해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인 승우아빠처럼 하리아빠가 되어보는 것이다.
글이 두서없지만 결론은 이직은 아직 안한다. 스스로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해의 다짐이다. 이 글을 통해 지금의 회사에서 나에게 다시 이야기 해 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는 기회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멈춰있는게 아닌 더욱 성장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 Young하고 MZ하기 때문이다. (MZ 따라잡으려고 하는거 보니 나도 아저씨 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