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최선을 선택할 뿐

코로나에 발목 잡힌 아버지의 암수술

by 설작가

수차례의 검진 끝에 아버지 수술 날짜가 잡혔다.

하지만 수술을 며칠 앞두고

엄마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코로나 증상이었다.

코로나에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는 부모님이었고

코로나는 이제 거의 감기처럼 지나가는 거라 생각해

코로나 리스크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는데...

암수술을 앞둔 아버지에게는,

간병을 해야 하는 엄마에게는,

모든 상황을 나누어 감당해야 할

우리 가족에게는 상황이 달랐다.


엄마는 본인의 몸상태보다

수술을 앞둔 아버지에게 옮길까가 더 큰 걱정이었다.

다행히 두 분 모두 코로나 음성이 나왔지만

엄마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만약 수술 직전 엄마가 코로나 양성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보호자 없이 수술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엄마의 격리해제 시까지 형과 내가 돌아가며

아버지를 간병해야 할 상황인데...

형과 내가 돌아가며 길게 휴가를 쓸 수 있을지,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간병을 할 수 있을지,

병원에선 잦은 간병인 교체를 허락할 것인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술 강행은

위험부담이 커 보였다.


엄마에게 조심스레 수술 날짜를 연기하는 것이 어떨지

슬쩍 제안드려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엄마의 한숨과 침묵.

엄마의 무응답은 늘 해석이 필요하다.

엄마는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셨고

수술 날짜가 연기될 경우 집에서

혼자 계속 아버지를 케어하시는 것도

부담이 되시는 것 같았다.

혹시 엄마가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형과 내가 일정기간 간병을 해주길 바라시는 눈치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형과 상의해 봤지만

그 선택이 무엇이든, 그 결과가 어땠든 간에

우린 엄마 마음이 가는 쪽, 엄마가 편한 쪽으로

결정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결국 원래대로 수술을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수술 전날 엄마 양성, 아버지 음성 판정이 나왔다.

엄마는 어떻게 하냐며 울기만 하셨고

아버지도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며 우셨다.

아... 수술을 미뤘어야 했는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PCR 검사를 받아놓은 형이

아버지를 모시고 입원을 했다.

수술 후 간병은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광주에서 서울까지 수도 없이 오가며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았는데

수술 전 받아야 할 검사가 또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오후부터 아버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다 마치고

이제 내일 수술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에서 다시 PCR 검사를 받고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

형과 아버지의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이 지속됐다.

결국 밤이 되어서야 코로나 양성 통보.

수술은 당연히 취소됐고

형은 아버지를 다시 광주로 모셔다 드리고

새벽이 되어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아버지와 엄마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했고

아버지는 사지에서 살아 돌아온

안도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코로나로 수술 일정이 미뤄진 것뿐인데,

전혀 기뻐할 상황이 아닌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애초에 엄마를 설득해 수술을 미뤘어야 했나?

엄마 마음이 편한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꼭 좋은 결과를 담보하진 않는데...

이 난리통도 꼭 모두가 고생만 한,

안 좋기만 건 아니지 않을까?

어떤 숨겨진 좋은 면이 있지 않을까?


이 불확실한 상황,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상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

서로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습들...

우린 잘 헤쳐나가고 있고 앞으로 더 큰 일들이 벌어져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이겨낼 거라는 믿음을

다시 한번 갖게 된 것이 의미라면 의미 아닐까 싶다.


우린 그때그때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고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누구의 탓도 후회도 하지 않고

서로 다독이며 견뎌내는 우리 가족.

이 이상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나.

이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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