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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다!

자비 출판, 기획 출판, 그리고 이번엔?

by 설작가

2025.3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를 출간했다.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출판한 터라

내 출간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간의 출간 과정과 뒷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 국한된 거라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출간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말하는 대로

이번 책은
아버지 간병 이야기가 될 거야.


두 권의 육아서를 낸 이후 주변에서는 내게

또 책을 쓰는 거냐, 이번엔 어떤 주제냐고 묻는 것이

일종의 안부 인사 같은 거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어느새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난 다음 책을 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 당시 내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버지였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겠다며

무심코 내뱉은 말은 현실이 되었다.


말이 씨가 된다는 흔하디 흔한 말을

나는 진실이라 믿는다.

이는 생생하게 그리면 이뤄진다는

<시크릿>과 같은 자기 계발서의

믿거나 말거나 식의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에서는

망상활성계(RAS)의 작동 방식을 통해

신념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모든 걸 떠나 생생하게 상상했던 것이 현실로 이뤄진,

말이 씨가 됐던 수많은 경우를 몸소 체험했기에

난 그걸 의심하지 않고 말 씨를 뿌려댔고

올해 3월,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를 수확했다.



#2. 한 시대가 저물고...


2024년 말, 기존에 썼던 두 권의 육아서

출판사에서 각각 연락이 왔다.

출간한 지 벌써 5년이 지나,

계약을 연장해 출판을 이어갈 것인지

여기서 절판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했다.

책 판매는 보통 출간 일 년 안에 결정이 난다.

지인 빨도, 신간 빨도, 강의 빨도

일 년이 지나면 약빨이 떨어진다.

어쩌면 이건 운명일 거라 생각했다.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한 시대랄 것도 없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내 세계관에서는 그렇다는 거다. 그것만이 내 세상~)

절판하기엔 아까운 책이었지만

더 이상 찾는 사람이 없는,

사장된 거나 다름없는 책이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소장용 몇 부만 더 인쇄하고 절판을 결정했다.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면

두 권의 액기스만 뽑아낸 책을 출판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액기스만 담겼다 생각하지만...

원래 자기 글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법이다.)



#3. 첫 번째 책(자비 출판)


첫 번째 책 <보통 아빠의 보통 아닌 육아>는

자비출판이었다.

처음부터 자비출판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몇 군데에 투고를 했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대표님과 편집자 두 분이 회사 앞까지 찾아오셨다.

지금 돌아보면 무명작가에게 흔한 일이 아니었지만,

특별 대우에 가까운 거였지만, 그땐 그걸 몰랐다.


출판사에서는 내 글 분량이 너무 많다며

절반 가까이 내용을 날리는 게 좋겠다고 했다.

분량이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내 인생 첫 책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애착도 컸고 담고 싶은 내용도 많았다.

또 나에게 몇 권 정도를 팔 수 있을 것 같냐 물으며

내게 일정 분량 판매를 책임질 수 있겠냐 물었다.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반기획 출판 방식이었지만

그때 난 그들이 사기꾼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난 그냥 내 손으로, 내 입맛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담기로 했다.

한 자비 출판사와의 계약을 선택했고,

호기롭게 초판 2천 부를 찍었다.


자비 출판은 말 그대로

출판에 내 돈이 들어간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출판사 돈이 들어가지 않으니

출판사는 손해 볼 일이 없다.

죽기 살기로 홍보에 열을 올려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온오프라인 서점에 책이 깔리고,

보도기사를 내주는 등의 기본적인 일은 해주지만

대형서점 매대에 내 책이 쫙 깔릴 거라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내 책은 구석 어딘가에...)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책의 제목, 표지, 내용, 구성 등

모든 것을 내 입맛대로 만들 수 있다.

난 자비 출판을 선택하며

내가 싣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았다.

인세가 높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획 출판의 경우 책 정가의

7~10% 정도의 인세가 책정되는 것에 비해

자비 출판은 책 정가의 45~50%의 인세가 책정된다.

나의 경우 초판 2천 부를 다 팔고,

표지를 바꿔 개정판까지 냈으니

재미까지는 아니지만 손해를 보진 않았다.


#4. 두 번째 책(기획 출판)


첫 번째 책이 '아빠 육아'를 주제로 하다 보니

당시 트렌드에도 맞고 나름의 희소성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고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이 점점 커져 보건복지부로부터 연락도 받았다.

과분하게도 '100인의 아빠단'이라는 프로그램의

'멘토'로 임명되어 몇 년을 활동했다.


더 신기했던 건

국내 최대 포털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거다.

내 책을 잘 읽었다며,

매주 한 편씩 육아 관련 글을 써서 올려주면

포털 메인에 내 글을 띄워주겠다고 했다.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수락했다.

매주 마감일의 압박을 느끼며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마치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국내 최대 신문사 한 곳에서도 연락이 왔다.

2주에 한 편씩 육아 관련 글을 기고해 달라는 거였다.

이번엔 포털의 열정 페이가 아닌

정식 인세를 지급 받았다.


전문가가 되어야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내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딱 내가 그랬다.


그러던 중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포털과 신문 등에 실린 내 글을 인상 깊게 봤다며

그 글들을 기반으로 책을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유명 작가에게나 일어나는 진정한 '기획 출판'이었다.

대표님과의 미팅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렇게 두 번째 책

<하루 10분, 아빠의 대화법>이 세상에 나왔다.



#5. 세 번째 책은 다른 방식으로...


운 좋게도 자비 출판, 기획 출판 방식을 다 겪어본 나는

다음 책은 다른 방식으로 출판해보고 싶었다.

브런치 공모전을 통한 출판! 멋진데?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했지만, 난 될 거라 생각했다.

간절히 원하면, 생생하게 상상하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번에도 난 주변에 말 씨를 뿌리고 다녔다.

조만간 난 브런치 공모전에 당선될 거라고,

새로운 방식의 출판에 성공할 거라고...


간절함이 부족했던 걸까? 상상력이 부족했던 걸까?

공모전 당선작 발표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게 아닌데?

씨는 왜 뿌리고 다녀서 뭔 망신이냐...

플랜 B를 가동해야 했다.


이번 책은 어떤 방식으로 출간했을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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