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명적인 출판을 원했다.
브런치 공모전엔 탈락했지만
안 될 거란 생각은 없었다.
(난 늘 되는 쪽으로만 생각한다.)
출판사 몇 곳에만 투고해도 될 것 같았다.
(이게 작가들이 겪는 투고 전 시건방이다.
출판사의 반응을 보고 나면 그제야 겸손해진다.)
하지만 난 보다 특별한, 운명적인 출판을 원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있었고
(베스트셀러도 몇 권 있고
유퀴즈에도 출연하신 분이다.)
그 작가님은 마침 출판사도 운영하셨다.
내 원고를 작가님께 보여드릴 수만 있다면,
그다음은... 으흐흐...
(이미 말했지만 난 늘 되는 쪽으로만 생각한다.)
난 작가님께 드릴 원고를
인쇄소에 맡겨 책 형태로 제본을 떴다.
(받을 사람과 연락도 닿지 않는 상황에
제본부터 뜨는 호기로움이란...)
표지도 있는, 실제 책과 같은 크기의
그럴싸한 책을 받아보니 뭉클했다.
내 글이 책이 되면 이렇게 되겠구나.
제본도 이렇게 좋은데 책은 얼마나 좋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작가님 SNS를 검색했다.
DM이란 걸 보내본 적도 없는 나는 그제야
이게 되긴 하는 걸까? 이게 가능하긴 한 걸까?
글을 좀 더 다듬어야 했던 거 아닐까?
진짜 상황에 맞닥뜨리니 이제야 본능적인
투쟁 도피 반응이 일어났다.
이럴 땐...
투쟁!!!
전송 버튼을 누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바로 답장이 왔다!!!
내가 유명인과 DM을 하고 있다고?
더 놀라운 건 작가님이 내게
본인의 핸드폰 번호까지 주셨다는 것이다.
원고를 파일로 먼저 읽어보고 싶으시단다.
암요~ 그러문입죠~~
(난 작가님과 카톡 하는 사람~)
작가님은 내가 썼던 책들의 제목과
자신을 택한 이유, 어떤 회사를 다니는지,
브런치 계정이 있는지 등을 물으셨고
내 원고에 대한 정성스러운 후기와 함께
좀 더 검토한 후 회신을 주겠다고 하셨다.
우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구나.
이렇게 자상할 수가... 이렇게 진심일 수가...
이게 가능한 일이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께 들이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첫 번째 책 <보통 아빠의 보통 아닌 육아>
원고를 거의 완성했을 무렵,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자 사람 자체,
소아정신과 의사이신 A 선생님이
우리 동네로 특강을 오신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건 운명이다! (또 설레발 시작~)
당시 A 선생님이 쓰신 구절을 다수 인용한 터라
허락도 받을 겸, 팬심으로 인사도 드릴 겸,
사실 추천사를 부탁드리고픈 검은 속내가...
추천사는 보통 어떻게 부탁을 하는지도 모르는
이 계통의 일자무식인 데다가,
책 한 권 낸 적 없고, 일면식도 없는
듣보잡 작가에게 추천사를 써준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안 되는 이유를 찾는다면 끝도 없었다.
선생님이 내 글을 읽어만 보신다면
추천사를 써주고 싶으실 거란 확신이 있었고
말이 안 되는 일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될 놈은 어떻게든 되고, 내가 그놈이라 생각했다.
평일 낮 시간대 특강이라 하루 휴가를 내고
손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갔다.
방송, 강의를 많이 하시는 선생님 목 건강을 위해
꿀에 절인 홍삼이 격식도 있고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양방 의사에게 홍삼이라니...
언발란스였다...)
강의 시작 전, 관계자에게
선생님을 따로 만나 전달할 게 있다,
따로 뵐 수 있겠냐 물었더니 나에게 따라오란다.
오호~ 이렇게 술술 풀리다니... 역시 난 될 놈인가?
대기실에 가니 선생님이 계셨다!
선생님이 쓰신 책에 사인도 받고,
내가 준비한 선물과 편지도 드렸다.
됐다! 이걸로 됐다!
물꼬를 텄으니 이제 본격적인 진행을 할 차례.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기억하시나요? 저 그때 그놈입니다...)
메일 주소가 맞는 건지(검색해서 찾은 거라),
바쁘실 텐데 메일 확인이나 하실지
모든 게 불확실했지만 뜻밖에도 바로 답신이 왔다.
아주 긴, 친절한 메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역시 난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추천사에 대한 완곡한 거절이었지만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선생님의 배려와 응원이 느껴졌다.
(이것이 정신과 의사의 내공인가...)
결국 추천사 받기엔 실패했지만
전체적으론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자평한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가 없고
이렇게 여기 쓸 에피소드를 건졌으니...)
얘기가 잠시 샜는데 현실로 다시 돌아오자.
이번에도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작가님과의 연은 여기까지~
(이번 연이 여기까지인 거지,
언젠가 연이 다시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이상 같은 현실이었다.
이번에도 두드려 봤으니 그걸로 됐고,
이젠 출판시장에 내 글을 평가받아 보기로 했다.
작가님이 내게 해주신 응원의 말씀,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투고를 통한 기획출판이 충분히 가능한 퀄리티의 글'
이라는 주옥같은 말씀을 가슴깊이 새기며,
난 본격적인 투고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