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숯불 갈빗집 파트너십

엄마 가게 이웃들과 함께 머물던 마음들

by 설 언니

엄마 가게에는 언제나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육상 꿈나무 선수였고, 학교를 일찍 마치면 엄마 가게에 가서 일을 도와주곤 했다.

그날도 숯을 가져다주시는 숯가마 이 씨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숯 박스를 창고에 내려놓고, 엄마가 내어주신 호박식혜를 드시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나를 보시더니 “설이가 숯 피우는 거 돕는다며?” 하시며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 당시 숯을 피우는 일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바람을 불어 넣어야 불이 부쳐지는데 그 도구다 수동이었다. 작은 내가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가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택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일을 도우면 엄마가 주시는 용돈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 가게에는 장사를 도와주시는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분들이 계셨다. 물수건을 가져다주시는 아저씨, 술을 가져다주는 주류 사장님, 부식거리를 배달해 주시는 오복상회 아줌마, 달걀을 가져다주시는 미소유통 아저씨, 고기를 대주시는 사장님까지 엄마는 이분들과 단순히 거래하는 사이를 넘어, 서로 동업자처럼 협력하며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가셨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바꾸지 않으시고, 언제나 한결같이 함께하셨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는 선물 세트를 정성스럽게 준비하셨다. 분홍색과 금색 보자기를 잔뜩 맞추고, 등나무 바구니에 고기를 담아 포장해 두곤 하셨다. 가게 주변이 시내 중심이라 연세 세브란스 병원 직원들이 회식하러 많이 오셨고, 늘 분주했다.

그날도 고기 상자를 한쪽에 놓고, 이모들이 스티커를 붙이는 일을 돕고 계셨다.

“엄마, 이건 선물이야? 누구 주려고 이렇게 준비해?”

나는 혹시 가게 단골 중 VIP 손님께 드리는 줄 알고 물어봤다.

엄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우리 가게를 도와주는 사장님들 드리려고 해.”

나는 어린 마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마, 왜 그런 분들에게 비싼 걸 드려? 매출 많이 내주는 손님한테 드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자 엄마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셨다.

“설아, 엄마가 이 가게를 오래도록 할 수 있었던 건 그분들 덕분이야. 좋은 물건 대주시고, 손님도 많이 소개해주셨잖아. 그분들이 제일 수고하신 분들이야.”

그 시절 한우 세트는 지금 보다 더 귀하고 비싼 선물이었기에, 나는 마트에서 파는 식용유나 스팸 세트를 드리면 되지 않냐고 아까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엄마만의 방식이었다.

비즈니스 컨설팅과 코칭을 하면서 깨달았다. 엄마는 ‘후광 효과’를 자연스럽게 아셨던 것 같다. 가게를 돕는 파트너분들에게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드리고, 좋은 평판을 얻어 가게가 더 알려지게 만드는 힘.

식당에 친절한 직원이 있으면 식당 전체에 신뢰가 쌓이듯, 엄마는 그분들에게 마음과 신뢰를 주며 관계를 이어가셨다. 엄마는 언제나 그분들을 “우리 아저씨”, “우리 이모”, “우리 사장님”이라 부르셨다.

가게라는 곳이 단순히 밥만 파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챙기며 지내는 공간이었다.

엄마에게 관계는 사업의 수단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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