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Jul 25. 2022

소비는 감정이었다

나를 학대하는 소비

EBS 다큐프라임은 경제 입문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법하다. 최근 경제 이슈가 큰 화두가 되면서 '경제를 알려면 이것부터 봐라'라는 기초 중의 기초 교양과목과도 같다. 만약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경제뿐 아니라 삶의 전반을 위해서 필요한 필수 지식이니, 교양필수 과목이라 생각하고 봤으면 좋겠다.


나는 2부 '소비는 감정이다'를 보며 너무 절실히 깨달아서 현타가 왔을 정도였다. 그래 맞아, 소비는 감정이야! 우울하면 술이든 음식이든 먹을걸 사고, 또 기분전환한다며 옷이며 액세서리며, 가방 등등을 사지.


기분이 꿀꿀하면 마치 오늘밖에 못 살 것처럼 행동하게 다. 그래서 내일을 위해, 다음 달을 위해, 내년을 위해, 10년 후를 위해, 노후를 위해???? 얼토당토않다. 당장 이 미칠 것 같은 꿀꿀함 속에 허우적거리고,  감옥에 갇힌 것 같은데, 어떻게 먼 훗날을 기약한단 말인가!


그러니 불나방처럼 오늘을 산다. 오늘만을 사는 사람은 오늘에 충실하다. 오늘 나 자신을 듬뿍 만족시켜야 행복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행복을 채워야만 사는 것 같다. 이 허전함을 채워주는 것은 오직 소비이며, 카드 할부와 마이너스 통장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운동하고(훗날의 건강을 위해), 계획표를 쓰고(후에 일정 망치지 않게) 등등을 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빚잔치였다.


빚잔치. 내가 가진 빚을 모두 끄집어내어, 한자리에 모아놓고 잔치를 벌이는 거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헤프게 살았나 여실히 보여주는 거라서, 숨기고 싶고, 알고 싶지도 않고, 신경 딱 끄고, 돈 모으다 보면 어찌어찌 갚게 되겠지 라며 모르는 척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빚잔치는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나는 과거의 나에게 대체 왜 이렇게 했냐며 질타를 했다. 하지만 너무 심한 질타는 오려 나를 아프게 하고 의기소침하게 만드므로 적당히 하고, "그때의 나야, 많이 힘들었구나! 이런 것으로 만족이 될 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오히려 이 빚 갚으려다 보니 그다음에 더 힘들어졌지. 그러니 이제 그만하자. 나는 이제, 이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소비를 최대로 줄이겠어!"


그렇게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을 시작하니 주변에서 돕는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누가 돈을 그냥 주는 것은 아닌데, 거의 공돈이 생기다시피 해서 많은 돈을 갚았다.


그렇게 돈 쓰는 습관을 바꾸고, 모으는 습관으로 다시 길들이고, 필요한가 그렇지 않은가로 소비를 결정했다. 외벌이라 힘들었어도 빚을 갚아나가는 게 신기했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자신을 아끼는 방법을 찾아간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들을 피해 가는 지혜가 생긴다. 자기 자신을 아끼기 때문에 허영심으로 빈자리를 채우려 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