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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Sep 07. 2020

콘서타 18ml 7일간의 복용 기록

성인 ADHD 비보험으로 투약

(처음 14일간 18미리 복용이었고, 이 기록은 7일간 복용한 후기이다.)


약 복용 전/후


1. 운전할 때 급하지 않다.


일부러 느긋하게 운전하려고 의식하지 않으면 무의식 중에 운전이 서둘러진다. 그런데 약을 복용한 후 운전이 급하지 않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왜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이 급급 해지는 걸까? 쫓기는 기분이 드는 건 무얼까? 느긋한 척 운전하는 거지 마음은 느긋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목적한 장소에 빠르게 도달하고 싶은 목표의식이 나의 감정을 지배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쫓기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왜 그렇게도 급하고 쫓길까 생각해보니, 내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이를 등원시키는 급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분명 다른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집 앞에 와있는 것이다. 그때 꼭 무언가 딴생각에 빠져 있었다. 물론 중요한 생각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중요하거나 급한 일정 앞에서는 마음이 급하다. 나의 그 중요한 일정이라는 기억에 다른 생각이 들어와 차단할까 봐 두렵다. 그래서 급한 것이다.


ADHD가 난폭운전을 하는 이유: 자신이 떠올린 장소를 다른 생각이 차단해서 잊어버릴까 봐 두려운 마음이다.


해결 방법

1. 여유로운 계획을 세운다

2.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3. 여유 있게 미리 출발한다.

4. 약속시간 전에 준비 시간까지 계산한다.

5. 미리 출발하고, 늦지 않았음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스스로를 안정시킨다.

6. 메모를 수시로 하여 기억에 대한 부담을 지운다.



2. 행동의 통제


내 행동이 통제가 된다. a를 하려고 하다가 b라는 방해 요소가 나오면 b를 미뤄두고 a를 할 수 있다. 또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된다면 b를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한 후 a를 한다.


이전의 나는 예를 들면 이렇다. 설거지 감이 잔뜩 쌓여있다. 그래서 설거지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중요한 이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낸다. 그러면 잊어버릴까 걱정되어 일단 설거지를 멈추고 핸드폰을 든다. 그런데 카톡 메시지가 와 있다. 그래서 카톡을 읽는다. 그런데 세탁물이 밀렸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래서 세탁기를 돌리고 와서 하면 될 것 같아서 세탁기를 돌려둔다. 그런데 설거지가 아직도 잔뜩 쌓여있다. 그래서 설거지를 하려고 고무장갑을 다시 끼려다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 져서 전기포트에 물을 올린다. 그러고 설거지를 하다 보니 이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래서 다시 장갑을 벗고 폰을 보는데, 아까 나누던 톡 대화의 답변이 온 것을 보고 또 그것에 답변을 한다. 그러다 커피 물이 다 끓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커피를 타고 보니 식탁 위에 어질러진 물건들이 지저분하다. 그래서 식탁의 물건을 치우다 보니 아이들 방에 책이 아무렇게나 꽂혀 있어 책을 정리하다가 '내가 원래 뭐를 하려고 했더라?' 하고 떠올리는 식이다.


이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또는 이런 경우도 있다. a라는 일정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b라는 일정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a를 얼른 마치고 b를 하고 싶어서 대충대충 서둘 서둘 처리 해버려서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a라는 책을 읽다가 b라는 책을 읽는 등의 문제다. 진득하니 한 가지를 끝마치지를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약을 먹으면 그런 강한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 차분하고 느긋하게 지켜볼 수가 있다. 마음이 급급해지지 않는다.



3. 느긋하고 여유롭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약 복용 이전은 마음만 급하고 행동만 서두른다. 제대로 하려면 인내심이 엄청 필요하다. (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을 끝내야만 한다'는 인내심으로 끝까지 마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에너지 소모량이 크다.


약 복용 후, 무엇을 하든 그것을 마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잠시 쉬다가 다음 일을 한다. 이 일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과 과정을 예상할 수 있다. 못 끝내는 것에 강박이 없어졌다.



4. 대인관계


나는 언제나 급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이었다. 대인관계에서도 그것이 문제였다. 내가 지금 떠오른 이 생각을 잊어버릴까 봐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다른 말을 꺼내놓는다. 그렇게 대화중에..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약 복용 후에는 대화 집중도도 좋고, 상대가 말하는 것을 기다려줄 수 있다. 내가 다음 말을 잊어버릴까 봐 걱정하지 않는다. 물론 습관적으로 그러한 충동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내려져 나의 충동을 억제/통제할 수 있었다. 의도나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잘 되고, 상황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5. 부작용


- 입맛이 없다. 하루 종일도 굶을 수 있다. 음식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배가 고픈 것을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느껴도 개의치 않는다. 참는다기 보다는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음식이 있으면 먹는다. 그런데 조금 먹다가 만족감을 느끼면 멈춘다.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겠다는 판단을 한다.


- 두통 : 말할 때 머리가 울렸다. 징~징~ 아프다.



<전체적인 후기>


음식이 먹고 싶은 의욕이 안 생겼다. 그냥 앞에 있으니 먹게 되기도 했다. 약간 염세적이다 싶기도 하다. 부정적이진 않은데... 뭐랄까.. 큰 열정과 의욕이 생기지 않는 느낌. 원래의 나는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와 같았다면, 약을 섭취한 후에는 잔잔한 호수가 된 느낌이다.


그렇지만 해야 할 일들을 순차적으로 하기는 한다. 마음이 급하면 일이 두서없어지고는 하는데 약 복용 후에는 오히려 마음이 급하면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나 해야 할 일을 쭈욱 스캔한 후, 하나하나 해나간다.


또 하나는 내가 해야겠다 마음먹은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엄청 쫓기는 느낌이 들고는 했는데 그냥 '못했네.'라고 생각하고 끝이다. 강한 미련이 남지 않는다. 어찌 보면 쉽게 포기하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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