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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Nov 23. 2020

다단계를 소개받았다

나는 팔랑귀였을까?

당시 나는 친구 A의 소개로 애*미를 하고 있었다. 워낙에 강매도 없고 편안한 다단계라 그냥 개중에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해서 쓰고 있었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이 너 애*미 회원이냐며 주문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에게 주문을 종종 했더니 수당이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 고게 참 푼돈 버는 것 같고 재미있더랬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렇게 애*미에 충성하던 친구가, 갑자기 다른 다단계를 가지고 와서 딱 한 번만 세미나에 참석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당시엔 다단계임을 밝히지 않았다) 워낙에 자존심 센 아이라 그럴 것 같지 않은 아이였는데, 의리까지 내세워 가며, 온갖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며, 손해 보면 자기가 다 갚아준다며... 그렇게 하도 통사정을 하기에, 그래 세미나 한 번 듣는 것이 뭐 그리 힘들까 싶어서 가 보았다.


사실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굳이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야 해서, 지방에서 서울까지 거의 3시간의 길이었다. 그렇게 다다른 사무실은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고, 뭔가 열정이 가득했고, 약간 미친(?)듯했다. 그리고 세미나가 끝나고, 갑자기 나는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물건을 고르라니. 거절하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나는 친구에게 난감의 표정을 보내며 도와주길 바랐지만, 친구는 내 시선을 피했다. 얼결에 카드 결제까지 마쳐 버렸다.


친구는 정말 잘한 일이라며 무조건 좋으니까 그냥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결제했다고 갑자기 축제 분위기가 되어 사람들이 소리 지르고 축하하고 난리가 났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축하를 받으며 어리둥절 해졌다. 진짜 황당하고 괘씸했다. 왜 이런 과정을 친구는 단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어서 통수 맞는 기분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친구는 내가 그렇게 말했으면 네가 왔겠냐? 내가 다 알려줬으면 네가 결제했겠냐? 모르고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며, 내가 오늘 결제한 돈은 전부 다른 물건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바쁜 자기 일정을 소화하며 그렇게 나는 내몰리듯 으로 돌아왔다. 황당함을 넘어서서 황망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집에 돌아와 결제를 취소해버렸다. 과정은 간단하다. 그쪽 고객 센터에 전화해 취소하겠다고 하면 된다. 물건을 받지도 않았으니 더 쉽다.


그러자 친구는 전화로 나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그 말에 또 마음이 약해지고, 솔깃 해졌다. 큰돈을 아주 쉽게 벌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알았다, 알았다. 내가 다시 결제하겠다.' 하며 나는 스스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나에게 다단계 지옥이 시작됐다.




친구는 에서의 삶을 접고 서울로 이사 갔다. 오로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메리트가 없었으면 이 일을 이렇게까지 했겠냐며, 정말 대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편 앞으로도 돈을 더 넣으라는 것이다. 나는 이미 처음 질러 넣은 400 돈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외벌이로 어떻게 이 돈을 갚는단 말인가?


당시 초기 결제 시에 남편과도 알고 지내던 친구는 내가 결제 금액 때문에 망설이자 직접 남편을 만나 설득했다. 그래서 남편을 속인 돈은 아니라 불안감은 없었다. 하지만 외벌이 남편에게 너무 큰 짐을 지워준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남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사기당했다고 걱정했다. 나도 불안했지만, 애써 아니라고 말하며 그곳에서 세미나 들은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설명하다 보니 점점 나 스스로도 설득당하고 있었다.


그러자 친구 A가 또 함께 친한 친구 B와 C를 설득해달라며, 그 친구들이 이번 달에 등록하면 내가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가까이 지내는 B를 찾아가 설득했다. B는 이해도 안 가고 믿음도 안 가지만 친구니까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였다. 도와주는 마음으로 한다고 하였지만, 그 친구네 사정이 나빠서 도울 형편이 아니었다.


그때 마침 친한 언니를 만났다가 그 사업을 설명해줬다. 이 때는 이미 나도 세미나 강사들처럼 말을 잘하게 되었다. 하도 설명을 듣고, 설득을 하다 보니 이론이 강해진 것 같았다.


그러자 그 언니는 바로 돈을 투자했다. 그래서 진짜 갑자기 수당이 들어오기는 하더라. 하지만 그 이후부터 점점 이상해졌다. 친구와 친구의 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막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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