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바꾸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제일 먼저 목표로 삼은 것은 '이부자리 정돈'이었다. 당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무언가 꾸준하게 하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나는 한 번도 무언가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였다. 그리고 이것 만큼 쉬워 보이는 것도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것을 도전해보고자 마음먹은 것은 어느 방송을 보았을 때였다. 몇 년 전에 '러브 캐쳐'라는 방송을 하였는데 거기 나오는 출연자 '이채운'이라는 청년의 행동이 인상 깊었다.
다른 출연자들은 아침에 일어나 멋지게 러닝을 하며 운동하는 모습을 뽐내기도 하고, 샤워하고 예쁘게 꽃단장을 하기도 하는데, 유독 이 청년만큼은 이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다른 침대는 다들 엉망인데, 그는 아침에 일어나 깊이 고민에 빠지며 이불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행동을 보고 이 사람이 '러브 캐쳐'라는 확신을 했다. 저런 습관적인 성실함이 몸에 밴 사람이 '머니 캐처'로 돈을 위해 사랑을 연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이부자리를 돌아보았다. 아침에 몸만 빠져나온 고치 같은 이불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심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마음먹었다. '나도 당장 내일부터...!' 하지만 하루도 그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나는 이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이 왜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런 것도 못하는 스스로가 바보 같아 보였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성질까지도 냈다. 그리고 결국에는,
'어차피 나는 이런 거 못해!'
이렇게 생각하며 이부자리 정돈을 하겠다는 목표를 단 하루도 지키지 못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그 책을 만났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그리고 저자는 악조건 속에서도 매일 아침 자신의 이부자리를 정돈하며, 자신의 삶이 정돈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음을 느낀 것 같다. 나도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하다 보면 저 멋진 청년처럼 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서도 자연스레 이불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시작에는 준비와 계획이 필요했다. 무작정 마음만 먹는 것이 아니었다.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고, 일찌감치 잠이 들어 늦잠 자서 침대를 급히 뛰쳐나가는 것을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음날 아침 일어나 할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돈'을 머릿속에 수없이 되뇌었다.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아침이었다.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나는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물 잔을 기울이며 바로 드는 생각!
'아차, 이불!!!'
습관이 이렇게 무서운 거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나오는 습관은 나의 잠자리를 돌아보지 않는 습관으로 자리 잡아 있었고, 이불을 정리할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급히 다시 돌아가 이불을 깔끔히 정리해 침대에 가지런히 펼쳤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이 간단한 일이 도대체 왜 이렇게도 지키기 어렵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자책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첫걸음에 실수는 있을 수 있다. 밤에 생각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생각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래서 나는 이불을 정리한 나를 스스로 뿌듯해하고 기뻐하며 룰루랄라 아침을 시작했다. 나의 아침이 경쾌해졌다.
사람이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3, 7, 14, 21, 30, 100의 숫자가 중요하다. 처음 3일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 7일의 성공, 14일의 여정, 그리고 100일까지. 꾸준히 그것을 해나가면 그것은 자기의 것이 된다.
그리고 나는 3일간 계속 가장 처음 한 일이 방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었으며, 나올 때마다 바로 생각나서 들어가 정리하고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것을 성공으로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말끔하게 정리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이 와중에도 작은 목표가 생겼으니, 잠들기 전 늘 간절히 바라며 잠드는 것이다.
'부디 내일은 눈 뜨자마자 이부자리 정돈이 생각 나기를!'
그것은 4일째였다.
3일의 고비를 넘기고 4일째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딱 떴고, 시계를 보니 계획한 시간보다 30분이 이른 시간이었고, 그리고 나는 이불을 보았다. 이불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나왔다. 처음으로 완벽한 성공을 했다. 감격스러웠다.
나는 '아싸, 아싸, 아싸~!!!'라고 쾌재를 부르며 흥얼흥얼 다녔다. 그 날 기분은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나 오늘 이불 정리했다고. ㅋㅋㅋ
5일째 아침, 눈을 떴다. 그리고 제일 처음 한 생각은 '이불'이었다. 이불에 꽂힌 사람처럼 그렇게 이불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불을 정리하고 정갈한 이불을 돌아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게 7일에 다다랐다. 감격스러웠다.
'7일이라니! 내가 7일이라니!!'
내가 무언가 꾸준히 7일을 했다니 정말 놀라운 사건이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 엄마는 믿기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내게 이불 정리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던 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꾸준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더 나를 대단하게 생각해주셨다. 기뻤다.
그렇게 14일을 행군했다. 중간에 몇 번 놓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적으로 오래 놓치지는 않았다. 나는 계속 성공하고 있었고, 승승장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부자리 정돈'에 숨은 놀라운 비밀 하나를 깨우쳤다.
이부자리 정돈을 하겠다는 나의 의지는 나를 '이불'로부터 밀어내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떠 이불을 정리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 나는 늦잠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게으름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낮 시간에 집안일을 하다가 잠시 졸려 누워 자고 싶어도 아침에 내가 만들어 둔 정돈된 이불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위에서 새우잠을 잤다. 편하지 않으니 오래 잠들지 못했다. 덕분에 다시금 게으름과 멀어졌다.
14일에서 21일은 방심하면 놓치는 어떤 고비에 빠졌다. '이제 됐다'라고 생각하며 방심에 빠지는 순간 놓쳐버리는 해이해지는 타임이었다. 그래서 그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했더니 되더라. 21일을 넘기고 나니 30일은 거뜬하게 왔다. 3일이 넘어간 순간부터 매일이 기록의 행진이었다. 나는 한 번도(나의 의지로) 무언가를 꾸준히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김민식 pd'님의 강연이 생각났다. '매일 아침 써봤니'와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들은 '습관'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쓰기 습관, 영어 공부 습관 말이다.
"영어 책 한 권 외우면 정말 영어 잘하게 되나요?"
라는 질문을 한 학부모. 그에 대해 김민식 pd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영어 책 한 권 읽는다고 정말 영어를 잘하게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그랬다. 성취감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성취감.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 영어 책 한 권의 문법을 익히는 것, 무언가를 마무리 지는 것.
우리에게는 누구나 못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다. 그것은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해내는 능력의 근육'이 얼마큼 발달했느냐의 문제였다.
늘 산만하고, 꾸준하지 못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나. 나는 '실패의 근육'에 익숙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결여되어 있었다.
어쩌면 어려서 지지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영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후로도 나는 나를 그렇게 실패의 섬에서 꺼내 주지 않았다. 충분히 나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너무 서글프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기쁘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알게 된 이 놀라운 것들을 나의 자녀에게도 알려주고, 대물림해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통해, 누군가 다른 이에게 알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포기하지 않는 한 그것은 당신 것입니다.
정말 그렇다. 내가 그것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나는 내가 바라고 바라는 것들을 얻게 된다. 그 믿음이 중요하다. 내가 갖겠다고 생각한 습관. 그것을 바라는 순간부터 나는 내가 가질 수 있음을 확신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침에 이부자리 정돈 하기'를 100일간 꾸준히 하여 성공하였으며, 그 이후로 하나 둘 꾸준히 해나가는 것들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 까지도, 내가 블로그로 소통하기 까지도. 그 모든 것들 중에 그냥 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물론 수도 없이 실패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패'의 범주에 두지 않는다. '잠시 멈춤'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회복'한다. 나의 목표를 향해 다시 시작하고, 다시 도전한다. 그렇게 나는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근육도 키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