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는 거대한 늪의 지옥이다. 걷잡을 수 없이 나를 옭아맨다. 내가 끌어들인 사람들에게, 내가 옳았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달콤한 지옥이다. 쉽게 번 돈, 남이 투자해서 번 돈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생 고생해서 번 돈보다 쉽게 버는 돈이 더 달콤해 보이는 법이다. 실제로 교육장에서는 그것을 내세워 홍보한다. 달콤한 향에 매료되어 날아들면, 기다리는 것은 파리지옥이다.
그리고 눈먼 지옥이다.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제한적으로 보여준다. 성공의 이면에는 더러운 술수들이 있었음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내가 경험한 '투*버'는 사회적으로 믿을만한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목사님도 하는 사업이라며 신뢰를 주었고, 부동산으로 대박 내던 사람이 이 일이 더 쉽고 좋아서 한다고 앞에 나와서 강의를 했다. 또 항공 관제사였던 사람, 직업 군인이었던 사람이 전직을 버리고 이 일에 매료되어 높은 상위 직급까지 가게 된 스토리를 아주 재미나게 이야기해준다. 마치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처럼.
게임은 아이템 빨이고, 보험과 다단계는 인맥 빨이다. 나를 믿고 투자해줄 사람이 많아야 일단 기초작업에서 성공적으로 상위 클래스로 올라갈 수 있다. 이때 상위 스폰서를 잘 만나야 한다. 그래서 스폰서에게 도움을 받아가며 하면, 기초는 다져놓은 것이다.
다음은 밑에 달린 사람들의 마른 나뭇가지를 불려 주어야 한다. 내 인맥을 내려서 불려 주던지, 당사자의 인맥 속에 얼빵하고 잘 속을만한 순진한 사람을 찾아내 주던지.
그렇게 두 사람, 이후로 4명을 키워 놓으면 이후는 간단하다. 자신이 키워둔 소그룹의 제일 상위에 있는 리더를 닦달하면 된다. 그러면 그들은 또 그 하위의 누군가를 리더로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겠지. 이렇게 무한반복 하다 보면 상위로 상위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썼지만 절대 간단하지 않다. 그 과정 속에서 인맥이 끊길 것이고, 머리채를 잡힐 수도 있고, 연인(또는 부부) 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 인맥 안에서 아주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감당할 수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 세상 사람들로부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등돌림을 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렇게 고립되는 것 만큼 힘든 일도 없다.
다단계는 지옥이다. 평범했던 세상이 독방처럼 변해 버리는 아주 쓸쓸하고 외롭고 고립되는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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