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 급한 일정으로 하원을 기다릴 수 없어서 직접 데리러 간 것이다. 그때 마침 아이들이 바깥으로 활동을 나가던 참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입구에 모두들 쪼르륵 앉아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이를 찾았다.
내가 데리러 갈 것이라는 전달을 조금 늦게 받은지라 아이가 가방을 챙기러 선생님과 안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아이의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아이들은 크게 동요하는 것 없이 돌출 행동 없이 가만히 앉아 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작고 귀여운 눈동자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웃겼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아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OO이 엄마예요?"
"응 그래~! OO이 엄마야~!"
"OO이가 선생님 말씀 안 들어요!"
"맞아요! 맨날 안 들어요!"
"OO이 형이 저 괴롭혔어요!"
등등 아이들의 고자질이 갑자기 훅 들어왔다. 나는 진심으로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과 무슨 말이든 대꾸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어? 미안해~! 아줌마가 대신 사과할게~! 그러니까 OO이랑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그냥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선생님과 OO이가 나왔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급히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아이들이 우리 아이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물론 내 감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나는 아이에게 추궁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씀 잘 안 듣니? 친구들 괴롭히니? 어떻게 괴롭혔길래 애들이 그렇게 말히니?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쏟아내며 아이를 추궁했던 것 같다.
아이는 점점 시무룩해져 갔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집에서 내가 느끼는 문제 행동을 밖에 나가서도 하고 있구나. 이상하게 행동하나 보다. 친구들을 많이 괴롭히나? 선생님은 많이 힘드실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해결이 될까?
이제 일곱 살인데 어쩌면 좋지?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면 적응은 잘할까? 이러다가 우리 아이가 문제아가 되는 것은 아니야? 아니면 왕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그나저나왜소해서 괴롭히기 딱 좋은데 어쩌면 좋아! 아, 왜 이름은 그렇게 지어서 자꾸 놀림감이 되게 만들었을까? 당장 이름을 바꾸어줄까?
나의 불안감은 하늘을 찔렀다. 모든 행동들이 다 문제처럼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날들이 이어져 갔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 때문에 나의 우울도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