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는 매주 1회 수업이었으며, 월 4회 수업을 진행하였다. 놀이치료 선생님은 정말이지 나 대신 아이의 친엄마가 되어주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부드럽게 아이를 리드해주시는 좋은 분이셨다. 나는 그분을 믿을 수 있으리라는 강한 신뢰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일상생활에서나 원에서의 생활 중에 아이가 겪는 불편을 선생님께 이야기해드렸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아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럴 때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수락해주셨고, 아이를 관찰하며 아이가 겪는 문제와 이로 인해 겪을 향후의 문제, 그리고 아이가 놀이치료를 하며 지금 겪는 어려움 등을 파악하여 알려주셨다. 나는 그렇게 아이로부터 전달받지 못하는 아이의 문제를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나는 그제야 아이가 나에게 입을 닫았다는 것을 알았다. 원래는 미주알고주알 별의별 말을 다 하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아이가 내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말을 하다가도 실수라고 생각했는지 입을 닫거나, 아무리 유도신문과 추궁을 해도 아이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정말 좋구나!'
내 자식이지만 이런 생각을 하였다.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또래에 맞지 않게 머리가 좋은 것은 그리 축복이지 못했다. 아이의 순수함이 점점 엷어져 갔다. 그것이 안타까웠다. 아이로서 간직해야 할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아이로부터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을 아이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동안 ADHD를 공부하고, 아이의 심리 문제를 파악하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에게 좋은 부모였나 하면, 그렇지 못하였다. 나는 냉정히 말해 몹쓸 부모였다.
당장에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제나 내가 남편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편' 아이가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선생님 편이었고, 상대 아이 편이었고, 상대 부모 입장이었고, 모두 아이의 반대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아이가 무슨 말을 할까!
하지만 나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 눈에 비친 아이는 너무 이기적이었고, 분노에 싸여 있었고, 늘 화가 나 있었다.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헤아릴 마음이 없었고, 늘 순전히 상대방으로 인해 자기가 피해를 본다고 여기고 있었다. 나는 그 생각을 올바르게 바꾸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