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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Dec 18. 2020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인사이드 아웃' 속의 심리학

기쁨이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기쁨이는 슬픔이의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감정은 왜 있는 것인지. 자꾸만 라일리(주인공)를 울고 떼쓰고 슬프게 만들어, 문제를 일으키는 쓸모없는 감정이다.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동그 원 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받는다. 자소서에 '저는 평소 우울증을 겪어왔습니다'라고 쓰기보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임하고자 노력합니다'라고 쓰는 것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엄마가 말기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나는 슬픔에 계속 빠져있을 수 없었다. 나는 힘들었다. 매 순간 힘들었다. 치료할 수 없다고 해서 슬펐고, 치료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슬펐고, 엄마 없이 지내는 게 슬펐고, 부족한 간병 실력의 한계 때문에 힘들었다. 우리 가족은 '암환자의 시간'에 머무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며 여행을 다니고, 유흥을 즐기며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나도 저들처럼 즐겁고 싶은데,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 힘들었고, 당장 엄마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겪는 과정이 괴로웠다.


하지만 뭉뚱그려 '힘내'라는 말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희망 메시지도 내 마음엔 와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슬픔에 빠져 지낼 수는 없었다. 분위기가 너무 나빠지니까. 나는 애써 괜찮은 척 웃어야 했다. 긍정적 마인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긍정적 마인드만 강요하는 더러운 세상이었다.



슬픔만큼 중요한 감정은 없다.

슬퍼도 슬퍼할 수 없고, 슬픈 감정을 애써 눌러야 하는 미성숙한 자아는 엇나가고 만다. 영화는 말한다. 모든 감정이 다 중요하다고. 그런데 나는 말하고 싶다. 슬픔만큼 중요한 감정은 없다고.


기쁨이는 거추장스러운 슬픔이를 두고 가버린다. 하지만 결국 슬픔이의 필요를 알게 된 기쁨이. 중요한 시합에서 실책으로 진 라일리가 슬퍼했기 때문에, 부모님과 친구들이 라일리를 위로해주러 왔다. 슬프지 않은 척 애써 웃었더라면, 아무도 라일리가 그렇게까지 슬프고 힘든지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였다. 그 날의 실패한 기억 조차 기쁨으로 기억했던 것은. 기쁨이가 진짜로 기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슬픔이가 마음껏 슬퍼했기 때문이었다. 슬픔이의 손길은 위로였다.




진짜 긍정은 슬픔까지도 긍정하는 것

긍정적 마인드에 있어서 진정한 긍정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마저도 긍정하는 서 출발한다. 나의 모든 감정들을 부정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짜로 긍정하는 것이다.


아프고, 힘들고, 슬프고, 실망스럽고, 좌절스럽고, 화가 나는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무작정 덮고,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다. 부정당한 감정은 성장의 기회를 잃는다. 래서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었어도 어리숙하고 미성숙하고 솔직하지 못한 어른으로 성장한 어른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은.


내 모든 감정들은 모두 소중하다. 까칠이가 까칠해지는 이유는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기 싫은 자존감이라는 것을. 버럭이가 화를 내는 것은 부당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을. 소심이가 소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위험을 감지한 방어기제임을. 그리고 슬픔이가 슬퍼지는 것은, 슬프고 힘든 감정을 감당할 수 없고, 위로가 필요했음을.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우리의 감정은 비로소 성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있어.


괜찮지 않아도 된다. 늘 웃을 필요 없다. 긍정적 마인드는 내가 무언가 절실히 실행해야 할 행동력을 위한 에너지로만 놓아두자. 그리고 나의 모든 감정을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 나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영화 인사이드 아웃 속의 재미 찾기

- 상상 친구 빙봉

- 빙봉의 소멸 

- 버럭이와 소심이의 캐미

- 버럭이가 버럭버럭대는 모습

- 아이들에게 모든 감정이 중요함을 알려준다

-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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